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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내부 정보로 수십억 ‘꿀꺽’···에코프로發 코스닥 위기[선데이머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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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주도주 에코프로 악재에 또 ‘휘청’

투자자 불신 확산, 시장 신뢰도 하락 우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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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묵은 녹을 털어내고 쾌속순항하던 코스닥 시장이 암초를 만났습니다. 최근 2차전지주 상승세를 주도했던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086520) 3형제(에코프로비엠(247540)·에코프로·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가 전현직 임직원의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으면서입니다. 에코프로의 임직원 관련 불공정거래 의혹 수사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 불거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코스닥 시장은 횡령과 배임의 온상이라는 오명까지 얻을 정도로 내부 통제에 어려움을 보여왔습니다. 반복되는 논란은 시장 전체의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졌고, 코스닥이 ‘디스카운트’(할인) 몸살을 앓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됐죠. 코스닥의 불공정거래 역사를 되짚어 보며 나아갈 길과 다가올 내일을 선데이머니카페에서 헤아려봤습니다.

금융당국 에코프로 본사 수사…또 불거진 코스닥 내부자거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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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과 금융위원회 특별사법경찰은 16~17일 충북 청주시 에코프로 본사에 수사 인력을 보내 내부 문서와 컴퓨터 저장자료 등을 압수했습니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2020~2021년쯤 에코프로 전현직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뒤 부당이득을 얻은 정황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지난해 5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 전 회장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자사 중장기 공급계약 정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가기 전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매수한 뒤 되팔아 11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를 받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전?현직 임직원 5명도 함께 기소돼 징역 1년~1년 6개월에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죠.

당시 내부자거래 적발의 파장은 컸습니다.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하루만에 20% 가까이 급락했고,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주가도 하한가까지 내몰렸습니다. 에코프로 계열 상장사 3곳에서만 하루 시총이 2조6000억 원 가량 증발했습니다. 이번 내부자 거래 수사 향방에 따라 이같은 일이 재발될 위험이 큰 상황인 셈이죠.

코스닥 시장의 허술한 통제는 배임과 횡령 문제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신라젠(215600)오스템임플란트(048260)가 대표적인 사례죠. 신라젠은 전 경영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되며 2020년 5월 4일부터 거래가 중단됐습니다. 이후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며 최종적으로 상장 유지가 결정되며 기사회생했습니다만, 신뢰 회복까지는 더욱 오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자사 자금관리 부서 팀장인 이모씨가 2215억원을 빼돌리며 거래가 정지됐었죠. 내부 회계 부실에 강성부펀드(KCGI)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게 됐고, 결국 오스템임플란트 창업자가 보유 지분 일부를 다른 대형 사모펀드(PEF)에 넘기면서 최대 주주 지위에서 물러났습니다.



코스닥 도덕적 해이 피해는 모두 소액주주 몫···"체질 개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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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피해는 모두 소액주주들의 몫이 됐습니다. 지난해 코스닥의 하락률은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었죠.

상장사가 횡령이나 배임을 발견하고 난 뒤도 문제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만 해도 횡령 공시가 나온 직후 바로 거래가 정지되면서 투자자들은 모두 돈이 묶였죠. 경찰 수사와 별도로 상장사는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거쳐 금융위원회의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한 처벌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증선위까지 올라오기엔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투자자들은 별다른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2018년 전 대표이사의 자금 횡령이 밝혀진 뉴보텍의 경우 증선위의 처벌이 결정된 것은 3년이 지난 2021년 1월이었습니다. 그 사이 주가는 급락했고 피해는 오롯이 개미들의 몫이었습니다.

정작 횡령·배임을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은 비교적 가볍다는 문제도 제기됩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상의 횡령죄를 통해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살게 되지만 시간이 한참 걸릴 뿐더러 잘잘못을 가리는 과정에서 감경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회계관리제도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오스템임플란트에도 아무런 제재나 처벌이 내려지지 않았죠. 오히려 횡령이 발생해도 사업성과 성장성만 가지고 있다면 잠깐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것 이외의 피해는 받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됐다는 얘기마저 나왔습니다. 2018년 신 외부감사법(외감법) 개정 이후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외부 감사인이 검토하는 수준에서 감사로 변경해 인증 수준을 강화했지만, 결산 시즌 감사보고서와 함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도 이뤄지다 보니 적극적인 운영 실태 감사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코스닥 시장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여러 사고가 생기고, 그런 모습이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미래 가능성을 보는 기술 중심 기업들인 만큼 재무 지표에 대한 기준은 완화해야겠지만,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체가 없는 기업들은 최대한 걸러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죠. 코스닥 시장의 무너진 신뢰는 스스로 다시 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아프더라도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 필요할 순간이 온 것 같습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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