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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체험기]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 베팅했다가 피눈물, 공개매수 신청하며 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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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기자는 주당 14만5000원에 에스엠(SM) 주식 5주를 샀다. 하이브에 이어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에 에스엠 공개매수를 한다고 밝히며 경영권 분쟁이 한창 격화되던 때다. 하이브가 주당 17만원에 공개매수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소문을 듣는 순간, 기자는 ‘야수의 심장’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그 주 주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하이브가 SM 경영권 인수를 중단하고 카카오가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기자의 심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16만원대까지 올랐던 SM 주가는 주당 11만원대로 떨어졌다. 기자는 서둘러 몇 주를 더 매수해 평단(주당 평균 단가)을 13만3000원로 낮췄지만, 딱히 위안이 되진 않았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생각했다. 이제 방법은 공개매수밖에 없다고. 몇천원이라도 건져보자는 생각에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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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어플리케이션 챗봇에 공개매수 방법에 대해 문의했지만, 챗봇은 답을 주지 않았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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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것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공개매수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에서 ‘공개매수하는 법’, ‘공개매수’ 등을 검색했지만 딱히 이렇다 할 설명은 없었다. 한국투자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의 챗봇에도 물었지만, 답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져 공개매수 신청을 위해서는 증권사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온라인은커녕 유선상으로도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말에 ‘요즘 시대에 영업점 직접 방문이라니...’ 소리가 절로 났다. 보유 예금이 한화로 약 231조원에 달하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도 ‘폰뱅킹’으로 순식간에 이뤄졌는데, 겨우 75만원어치 주식 공개매수 신청을 위해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야 할 줄은 몰랐다.

공개매수가 귀찮게 느껴지기 전에, 15일 오후 3시쯤 서울의 한 한국투자증권 PB센터(영업점)에 들어섰다.

“에스엠 공개매수 신청하러 왔는데요”

“한국투자증권 계좌에 에스엠 주식 가지고 계신 거 맞으시죠?”

공개매수를 신청하기 위해선 주관사의 계좌에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기자는 한국투자증권 계좌는 갖고 있었지만, 에스엠 주식은 타 증권사 계좌로 보유했기 때문에 타사대체입고(증권사 간 주식을 옮기는 것)를 해야 했다. 영업점 창구 직원은 고객이 타사대체입고까지 미리 해와야 지점에서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했다.

기자는 한국투자증권 계좌를 가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약 한투 계좌가 없다면 신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20영업일 안에 타 금융회사 계좌를 만든 적이 있다면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들 수 없어 피로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물론 계좌가 있다고 해서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난생 처음 경험한 타사대체입고 또한 꽤 불편했다. 영업점에 놓인 소파 한 구석에 앉아 포털사이트 검색창과 MTS를 들락거린 끝에, 겨우 SM 주식을 한국투자증권 계좌로 옮길 수 있었다. 타사대체입고 시 증권사 고객 등급에 따라 종목당 1000~5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기자가 에스엠 주식을 매수했던 신한투자증권은 2000원을 내야 했다. 피같은 손실이 더 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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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신청 후 받은 서류. 공개매수설명서(왼쪽) 1부와 매수청구 신청 확인서 1부./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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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 계좌로 주식을 옮긴 후의 과정은 물 흐르듯,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기자에게서 신분증을 건네받은 창구 직원은 에이포(A4) 용지 두 장을 내밀었다. 한 장은 ‘공개매수 청약 확인서(고객 교부용)’, 또 다른 한 장은 ‘공개매수 청약 신청서 및 공개매수설명서 교부 확인서’다. 기자가 두 장의 종이에 똑같이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정보·청약주식 수·계좌번호를 기재한 후 서명을 하고 나자 직원이 다시 종이를 회수해갔다. 공개매수 일정과 증권거래세에 대한 짧은 안내도 받았다.

영업점에 들어선 지 20분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났다. 영업점을 나서는 기자의 손에는 창구 직원이 돌려준 신분증과 공개매수 신청 확인서, 그리고 에이포 용지 80장 분량의 공개매수설명서가 들려있었다. 공개매수설명서에는 하이브와 에스엠의 재무제표, 주주구성 등 기업 정보가 깨알 같은 글씨로 인쇄돼있다.

‘굳이 이걸 대면으로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기자의 머릿속에 의문이 가시질 않았다. 사실상 두 장의 공개매수 신청서 작성만을 위해 영업점에 방문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공개매수 신청을 온라인으로 할 수 없는 이유로 “그동안 공개매수 사례 자체도 적을뿐더러, 개인 투자자의 수요는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증권사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2020년부터 현재까지 주관한 공개매수는 에스엠을 포함해 단 4건뿐이다. 이 중 2건이 현재 진행 중인 에스엠과 한샘임을 고려할 때 1년에 1건이 있을까 말까 한 정도다. 대중의 관심을 받은 공개매수 사례도 에스엠이 최초로, 극히 이례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다만 에스엠 사례를 계기로 공개매수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늘면서, 향후 관련 시스템이 구축될 가능성이 생겼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일반투자자가 공개매수에 응한 사례가 거의 없어 (매수 신청의) 비대면 신청 가능성에 대해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가 없다”면서 “현재 담당 부서에서 당국에 (비대면으로 진행해도 되는지)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영업점의 창구 직원은 “공개매수하러 오는 고객들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에 서너 명, 대여섯 명씩 온다”면서 “신청물량이 10주 안팎의 소액주주인 경우도 많다”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신청마감일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개인 고객들이 얼마나 신청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에스엠 주가가 11만원대에 정체 양상을 빚고 있어 마감일 임박해서는 상당수 주주가 몰릴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공개매수에 관심이 있다면 미리 발걸음을 옮기는 게 편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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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 공개매수 신청 기간은 이달 26일까지다. 단 26일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사실상 직전 거래일인 24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매수청구대금지급일자는 28일로, 이날 카카오의 최종 공개매수 물량을 알 수 있다. 만약 공개매수 신청 수량이 카카오의 목표 수량 833만3641주를 넘어선다면 신청 비율대로 배정한다. 만약 신청한 공개매수를 취소하고 싶다면 24일 오후 3시 30분까지 완료해야 한다. 이때 부분 취소는 불가능하고, 전량 취소만 가능하다. 취소 신청도 반드시 영업점을 방문해야만 가능하다. 만약 에스엠 주가가 혹시나 14만원대로 다시 급등한다면 (제발 이랬으면) 취소 후 매도할 수 있다.

오는 28일 개인 계좌로 자동 입금되는 매수대금은 증권거래세(0.35%)가 원천징수된 금액으로 지급된다. 만약 양도차익이 250만원 이상이면 초과분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가 매겨진다. 일반적으로 양도소득세는 해외주식에 한정되지만, 국내주식 공개매수의 경우 장내가 아닌 장외거래이기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양도소득세는 증권거래세와 달리 원천징수되지 않기 때문에 납세의무자(개인)가 오는 8월 말까지 직접 신고·납부해야 한다. 현재 다수 증권사에서 양도소득세 신고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해외주식에 한해 제공되기 때문에 개인이 직접 신고·납부하는 수밖에 없다.

양도소득세는 홈택스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우선 홈페이지 상단의 메뉴 중 신고/납부 카테고리를 선택한 후, 양도소득세 페이지에 접속한다. 신고서 작성→예정신고→일반신고 탭을 차례로 클릭한다. 양도 자산 종류를 ‘국내주식’, 양도연월은 ‘2023년 상반기’로 설정한 후 조회 버튼을 클릭한다. 이후 신고인(양도인)에 대한 기본 정보 입력 후 저장하면 양수인 정보 입력 창이 나타난다. 상장 주식 양도시 양수인 정보 입력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다음 화면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후 ‘주식등양도소득금액계산명세서’ 화면에서 상장법인(에스엠)의 사업자 등록 번호를 조회해 입력하고, ‘도움말’에 따라 양도물건 코드, 세율구분 등을 선택한다. 이후 하단 ‘등록하기’ 버튼을 누른 후, 신고내역을 확인하고 ‘신고서 제출’ 버튼을 클릭하면 양도소득세 신고가 완료된다.

신고한 양도소득세를 납부하려면 마찬가지로 홈택스 홈페이지의 신고/납부 카테고리에서 세금 납부→국제 납부→납부할 세액 조회 납부 페이지에서 ‘조회하기’ 버튼을 눌러 세금 금액을 확인한 후 ‘납부하기’ 버튼을 눌러 바로 세금 납부가 가능하다.

정현진 기자(chungh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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