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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머니톡톡] 오락가락 금리에 대출 어떻게?… “고정형 택하고 갈아타기 신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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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 대출창구 모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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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장에서 금리 인상이 멈추거나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은행 대출을 보유 중이거나 대출이 필요한 금융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변동금리형이냐, 고정금리형이냐’, ‘대출 갈아타기를 할지 말지’ 등에 대한 고민이다. 40대 직장인 A씨는 “이용 중인 대출 금리가 기존 4.6%에서 5.6%로 오른다는 은행 안내를 받고, 금리 연 4.2%(5년)짜리 고정금리형 대출로 대환(대출 갈아타기)할 계획을 세웠는데, 대출 갈아타기를 할지, 금리 인하를 기다릴지 정말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앞서 미국의 고용·물가 등 주요 지표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이달 초만 해도 금리 추가 인상은 기정사실이었다. 은행에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 대출보다 유리해 보였다.

기준금리 상승기엔 금리 변동을 방어할 수 있는 고정금리나 혼합형,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삼는 대출을 받는 게 낫다. 반대로 기준금리 하락기엔 변동금리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금리를 산출하는 대출을 택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지 못하고,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또는 금리 동결을 택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연준이 올해 연말에 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차주 입장에서도 금리 인하에 돌입한다면 변동금리형으로 받는 게 나은 상황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생긴 것이다.

실제 이런 관측이 작용하면서 채권 시장에서 치솟던 은행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이를 기준으로 삼는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리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4.329%이던 금융채(은행채)A0AA 5년물 평균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 2일 4.564%까지 올랐다가 지난 16일 4.037%로 낮아졌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도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4%를 넘었는데, 오름세가 꺾인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내렸다. 이달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2월 코픽스는 전월보다 0.29%포인트 낮아진 3.53%로, 이에 따라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도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우리나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부담이 약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은행권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보유 중이라면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1∼2년 이상의 금리 향방을 점치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 연준이 금리 정책 큰 틀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에서다.

코픽스도 하락 추세이긴 하지만, 은행채 장기물 금리 하락 폭이 더 커서 고정금리가 낮은 편이다. 지난 17일 기준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물) 금리는 4.47~5.37%로, 코픽스·신잔액 코픽스금리(4.99~5.88%)보다 금리가 더 낮다. KB국민은행도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적용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24~5.64%로, 신잔액코픽스 기준 주담대보다 금리가 0.2%포인트가량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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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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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선 고정금리로 받는 편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오건영 신한은행 WM그룹부부장은 “금리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예측과 대응이 가능한 상품을 택하는 편이 낫다는 측면에서 고정금리가 주는 안정감을 택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워낙 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유불리를 나누기 애매하고 금리 수준상 대환대출을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어려운 면이 있다”고 전제하며 “지금은 코픽스 금리보다 은행채 5년물 금리 하락 폭이 더 커서 은행채를 적용하는 고정금리형 대출이 좀 더 유리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부담이 생긴 것은 맞지만 미국 물가 등 주요 지표를 보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포기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일시적 숨 고르기를 하면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B은행 관계자는 “SVB 파산 등의 영향으로 채권금리가 떨어지면서 당분간 고정금리형 대출 금리도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하락 폭이 클지 미지수인 데다 시장의 여러 변수에 따라 금리가 다시 오를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환대출을 할 때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 채권매입비용, 인지세 등 부대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아직은 대출 갈아타기를 할만한 시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미국의 소비, 물가, 고용 통계를 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남아있는 상황이고, 잉여저축이나 지난달 고용통계를 보면 경기 침체는 내년 중반으로 추정된다”면서 “지금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미국 연준이 당장 기준금리(단기 국채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미국과 우리나라가 금리 정책을 바꾸면서 긴축을 종료하거나 금리 하락 폭이 커진다면, 대출 갈아타기를 적극적으로 하고, 신규 대출도 고정금리보다 변동금리를 택하는 게 낫다.

진형숙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은 “실제 금리 인하 신호가 나올 때까지, 즉 금리 인상 추세가 분명히 꺾일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가 커지거나, 금리 인하 폭이 확대되면 그때 변동형 대출을 실행하거나, 금리가 더 낮은 조건의 대출로 갈아타기를 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대환을 고려 중이라면, 오는 5월 시장에 나올 예정인 새 플랫폼과 이에 따른 시장 변화를 기다려볼 만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현재 금융위는 오는 5월 출범을 목표로 금융소비자가 손쉽게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53개 금융회사와 23개 대출비교 플랫폼이 참여할 계획이다. 출범과 동시에 플랫폼이 가동되면 은행 전체(19개), 저축은행‧카드‧캐피탈 등 비은행권 34개사의 신용대출을 다른 대출로 손쉽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는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출범 이후 금융사들의 대출 금리 인하 경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민간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았던 1금융권이 금융 당국 눈치를 보며 참여하게 됐고, 현재 은행이 가산금리 조정과 함께 대환전용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돼 현재 신규 대출이 어렵다면 5월 출범하는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좀 더 유리한 조건의 대환대출 전용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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