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도 '레이더 조사' 문제·소녀상 언급
경산성 “화이트리스트 복구, 한국 대응에 달려”
윤석열(앞줄 왼쪽) 대통령이 17일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일한의원연맹 및 일한친선협회중앙회 접견 자리에서 일한의원연맹 회장에 취임할 예정인 스가 요시히데(오른쪽) 전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도쿄=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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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 일본 정치인들이 17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전날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높이 평가하며 한일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일본 해상자위대와 한국 해군 간 레이더·초계기 문제 △소녀상 등 민감한 사안도 언급했다.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배상 문제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도쿄 시내 호텔에서 한일의원연맹의 일본 측 카운터파트인 일한의원연맹을 비롯해 일한친선협회중앙회, 일한협력위원회 등 양국 교류·친선을 지원하는 정계 단체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났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한의원연맹의 차기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결과를 “높이 평가한다”며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울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일본명 ‘처리수’)의 해양 방류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해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다. 윤 대통령은 “IAEA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견해를 중시하겠다”고 답했다고 NHK방송이 전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한 호텔에서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딸인 오부치 유코 일한의원연맹 부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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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도 윤 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경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즈미 대표는 “한편으론 ‘아직 양국 간 다양한 현안이 남아 있으니 그런 것도 해결될 수 있게 노력해 달라. 우리도 협력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했다고 밝힌 현안은 2018년 불거진 레이더·초계함 문제, 일본군위안부를 형상화한 평화의 소녀상,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이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납치 문제에 대해선 한국에도 납북 피해자가 있고 이산가족 문제도 있으므로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이즈미 대표는 전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 정상화의 큰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약 12년 만에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윤 대통령 간 개인적 신뢰 관계를 돈독히 하고, 한일 관계의 새 장을 여는 셔틀 외교 재개에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이 복귀하는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는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장관은 이날 “한국 측 대응 상황에 달렸다”며 “(한국의) 자세를 신중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그는 “한국 측 체제가 개선됐다고 인정돼 운용을 재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고, 같은 해 8월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사실상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였고, 한일 관계는 급격히 경색 국면에 빠졌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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