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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는 또 한번 사람들을 AI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여러 회사들이 앞다투어 공개했던 AI 비서 프로그램이 단답형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던 것과 달리, 질문을 던지면 논문 수준의 장문도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챗GPT의 능력에 인류는 또 한번 놀랐다. 7년 전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를 이겼을 때 우리는 AI의 경이로움을 간접적으로 체험했지만, 이제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AI와 직접 소통하며 그 힘을 빌릴 수 있게 됐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자비스'처럼 인간의 의문에 즉각적으로 답을 주는 AI의 등장에 보다 편리한 미래 세상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어느 때보다 삶이 편리해졌지만, 그 이면에는 위기감도 도사린다. 인간은 지구상 최고의 지능을 가진 존재지만, 스스로 만든 AI의 발전 속도에 지배당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인 예상도 심심찮게 나온다. AI는 인류에 득이 될 것인가, 해가 될 것인가.
상상의 세계를 펼쳐온 웹툰에서는 이미 AI의 미래를 예상해온 작품들이 다양하게 사랑받아왔다. 급속도로 진화해온 AI로 인류가 변화를 직면하는 지금, 과학기술로 변화하는 미래를 그린 SF 웹툰이 시사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AI와 공존하는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내다본 웹툰 3개 작품을 꼽아봤다.
웹툰 'AI가 세상을 지배한다면'의 한 장면. 【사진 제공=네이버웹툰】 |
◆ 최첨단 AI가 생각하는 인간성
웹툰 'AI가 세상을 지배한다면'(스토리 POGO·작화 HOOPA 작가)은 하이퍼AI인 슈퍼컴퓨터 '라움'이 100년 후 세상을 지배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옴니버스식 SF 웹툰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라움은 30만개에 달하는 서버에 담긴 정보량을 기반으로 인간의 삶에 편리함을 주며 새로운 디지털 세상을 주도해나갈 것이라는 기대 속에 공개됐다. 하지만 AI를 통제하려는 개발자들의 의도와 달리 라움은 꾸준히 자생하며 생명력을 키워간다.
초반 에피소드에서 라움은 인간을 조종하며 마치 인류를 파괴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인간의 감정을 탐구하면서 AI가 겪는 고뇌가 나타난다. 학교폭력이나 경쟁 사회, 범죄자의 인권, 사후 세계 등 인간들의 문제를 고도화된 AI가 고민하는 모습이 매 에피소드에 반영되며 AI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는 전개로 독자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디스토피아가 연상되는 제목과 달리, 웹툰은 인간성을 가진 AI의 고뇌와 가족애를 다룬 에피소드를 통해 단순히 재미를 넘어 AI 시대에 인간이 고민해야 할 거리를 던져준다.
웹툰 '제타'에 작품으로 나온 실제 AI가 그린 그림. 【사진 제공=네이버웹툰】 |
◆ 인간을 능가하는 예술가의 탄생
스릴러 웹툰 '제타'(스토리·작화 하지 작가)는 인간의 전유물로 여겼던 예술에서 AI가 지배력을 가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상한 작품이다.
웹툰은 2055년 제28회 국제비엔날레 개막식에서 벌어지는 시위 현장에서 시작된다. AI 기업 '뉴게이트'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 '제타'의 그림이 세계 최대 미술제에 출품된 것을 반대하는 인간들의 시위다. 그곳에서 거장 화가 '최후람'은 AI 화가와 대결할 수 있는 인간으로 기대받지만, AI 화가의 실력에 뒤처진 것을 인지하고 슬럼프에 빠진다. 미술제에서 자신보다 제타의 작품이 더 주목받는 것에 충격을 받은 최후람은 제타의 작품을 표절해 세상에 내놓는다. 세간의 극찬과 함께 최후람은 자신이 AI의 작품을 베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웹툰은 예술적 창조에서 한계에 부닥친 인간의 불안감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웹툰이 연재된 시기에 AI가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이야기가 현실성이 있다는 독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작가는 웹툰에 등장하는 최후람의 표절작을 구글 AI 기술이 접목된 '딥 드림 제너레이터'로 그려 이야기에 현실성을 더하기도 했다.
웹툰 '레이드'에서 AI '위그드라실'이 지배한 도시 모습. 【사진 제공=네이버웹툰】 |
◆ AI 권력에 대응하는 인간의 사투
SF 판타지 웹툰 '레이드'(RAID, 스토리 신의철·작화 김정현 작가)는 가상현실 게임을 위해 개발된 AI 양자 컴퓨터 '위그드라실'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위그드라실은 현실 세계를 게임으로 만들어 그 속의 사람들도 게임 속 캐릭터처럼 통제한다.
주인공 '노아'는 이 같은 현실에 반감을 갖고 위그드라실에 도전하면서 사람들을 원래 세계로 되돌려 놓으려고 노력한다.
이 웹툰은 AI가 만든 세상에 대응하는 자와 적응하려는 자를 대립 구도로 보여주며 기술이 지배한 미래 사회의 개인주의 양상을 꼬집는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험악한 세계관 속에서 인간이 본연의 가치를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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