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에 대한 매일경제신문 여론조사 결과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이 당장 한일 경제협력에 드라마틱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해법이 한일 경제협력을 개선시킬 것이란 응답은 42.3%에 그쳤다. 반대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55.3%로 우세했다.
이는 한일관계가 본격적인 '해빙기'에 들어가야 경제협력의 '윈윈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의미로도 풀이된다. 또 이번 조치가 한·미·일 3국 간 협력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응답이 50.1%로 부정적일 것이란 응답(41%)보다 높게 나타난 점도 주목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미·중 분쟁 속에 한·미·일 3국 간 공조 체제가 재건되면 장기적으로 한일 경제협력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역시 경제와 안보가 한 축으로 장기적으로 한일 간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정부 조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미래를 봤을 때는 정부의 선택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지 않다"며 "국가 차원으로 봤을 때는 과거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더 고려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일경상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글로벌 '밸류체인(공급망)'이 붕괴됐고 보호무역주의도 확산되고 있다"며 "미·중 패권에 연관돼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통상정책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보호무역주의로 갈수록 일본을 활용해 성장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새로운 산업 발굴이 어렵고 인구도 정체돼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는 일본을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발표 이후 양국 간 협의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은 있지만 그래도 (한일 협력이라는) 방향성은 옳다"고 했다.
그동안 원활하지 못했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의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번 정부 발표는 국익에 득이 되는 결정"이라며 "양국의 경제당국이 신속히 협상을 진행해 수출 규제 등의 장애 요소들을 원위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10대 그룹 총수들이 동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일 간 경제 교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수소사업, 기술표준 협력 등 다방면에서 일본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해 왔다. 재계에 따르면 이달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일본 도쿄에서 '비즈니스 테이블'이 개최된다. 이 자리에는 이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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