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닫을 수밖에 없었다" 윤미향, 3년만에 수요집회 참석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제1586차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윤미향(무소속) 의원이 후원금 횡령 의혹 이후 약 3년 만인 8일 수요집회에 참석했다.

수요집회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에 대한 사과와 진상규명, 배상 등을 요구하는 집회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주최한다. 윤 의원은 정의연 이사장 출신이나, 정의연 기부금 등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2020년 3월25일을 마지막으로 참석을 중단했다.

윤 의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의연이 주최한 제1586차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해 "지난 3년 동안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을 보면서, 이 운동과 활동가들을 지키기 위해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숨 쉬면 숨 쉰다고 공격해 숨 쉬는 것조차 불편했다"며 "반성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2015년 12월 28일을 기억한다"며 "추운 겨울날 할머니들이 담요를 쓰고 이 거리에 앉아 요구한 건 돈이 아니라 사죄와 배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세워질 수 있다. 그게 바로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가운데)과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해결을 위한 제1586차 수요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윤 의원은 2020년 5월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 회계 투명성 문제 등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횡령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같은 해 9월 윤 의원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업무상 횡령·배임 등 8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지난달 10일 1심 재판부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검찰이 횡령 혐의로 기소한 1억37만원 중 1718만원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검찰과 윤 의원 모두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윤 의원은 이날 수요시위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횡령 혐의에 대해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의연은 이날 집회에서 지난 6일 정부가 발표했던, '제3자 변제' 방식을 골자로 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최종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민족 자존과 해방, 민주주의와 평화를 훼손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운운하며 피해자 명예와 인권을 짓밟고 있는 참혹한 현실이 기가 막히다"고 분노했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2018년 우리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확정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거쳐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제3자 변제안'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가해자인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들의 참여가 배제됐다며 대법원 판결 취지를 역행하는 방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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