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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끊임없이 흔들리는 그때, 스물아홉의 시간 [진달래의 '웹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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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수박양 '아홉수 우리들'

편집자주

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좋은 작품이 많다는데 무엇부터 클릭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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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아홉수 우리들'은 스물아홉 동갑내기 친구 셋의 일과 사랑, 우정을 세심한 심리 묘사로 그려냈다. 네이버웹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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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가 체질'(2019) '술꾼도시여자들'(2021) '서른, 아홉'(2022). 여자 셋의 사랑과 우정, 일을 다룬 대표 드라마들이다. 나 혹은 내 친구와 닮은 면이 있는 캐릭터, 내적 성장통을 겪는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대사 등이 인기 비결이다. 여기에 여성들 사이의 우정이라는 요소가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2019년 3월부터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수박양의 '아홉수 우리들'은 그런 재미 요소를 두루 갖춰,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웹툰이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친구가 된 '봉우리' '차우리' '김우리'. 어른 같지만 아직 "아무것도 못 되어" 흔들리는 스물아홉 청춘의 성장기는 그 시절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겐 위로를, 이미 지나온 이들에겐 설렘을 준다. 또 트렌디한 작화가 캐릭터들을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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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는 남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직장에서는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무너져 내린다. 네 탓이 아니라는 친구들의 위로로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온다. 네이버웹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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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잡지사의 편집 디자이너인 '봉우리'(별명 봉울)의 평온한 스물아홉은 불과 며칠 사이 무너져 내린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친구 '준'이 갑작스럽게 이별을 알려오고 얼마 뒤, 직장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다. 세후 180만 원밖에 못 받는 비정규직이지만, 정직원 전환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일했던 첫 직장이었다.

"그저 딱 남들만큼만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이야…아마 내가 뭘 잘못했나 봐.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나 봐. 일도 사랑도…" 서른 언저리 청춘들에게 공감을 얻을 만한 '봉울'의 방백이다. 절망은 잘못의 책임을 나로 향하게 만들기 쉽다. 이때 "네 잘못이 아니라"는 친구들의 위로는 '봉울'은 물론 비슷한 상황의 독자들에게도 격려와 지지가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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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최고라고 외치는 '차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가장의 무게를 버티며 남다른 책임감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친구와 연인을 통해 조금씩 자기 자신도 돌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네이버웹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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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친구 중 가장 어른스러워 보이는 '차우리'(별명 차차)도 내면에는 외로운 아이가 살고 있다. 직장 내에서도 인정받는 항공사 승무원 '차차'는 책임감으로 무장한 인물이다. 학창 시절 아빠가 돌아가신 후 철없는 엄마와 남동생을 '내 인생의 몫'이라고 여기고 살아왔기 때문. 그래서 "사랑은 쩐이 있어야 된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당당해 보이지만 실상 가장으로서 책임에 매여 자기감정은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연애를 해도 선을 긋는 데 급급하다. '차차'가 친구와 연인을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는 과정은, 진정한 어른 되기와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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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리'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해 '공시생' 생활을 2년간 견뎌왔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오히려 용기를 내 경제적, 그리고 정서적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네이버웹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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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리'는 그런 '차차'와는 대척점에 있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가정에서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그를 '차차'는 부러워한다. 하지만 평생 스스로 결정하기보다는 부모님의 뜻에 맞춰 살아온 '김우리'는 당찬 '차차'가 부럽다. 친구들을 보며 "나만이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우울도 깊어지면서 '김우리'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는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두 사람의 갈등 에피소드는 복잡한 심리에 대한 세심한 묘사로 몰입감이 높다. 이처럼 여러 각도에서 '어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 웹툰은 서로가 가진 짐을 나누진 못해도 기댈 수 있는 친구가 되려고 애쓰는 '우리'들의 우정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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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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