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익재단 통한 대위변제 발표…일본은 '金-오부치' 계승만 언급
2015년 위안부 합의는 그나마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10억엔' 등 약속
2019년 여론 반발에 무산된 '문희상 안'도 日 기업의 출연 못 박아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해법 발표를 마친 뒤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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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일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해법은 과거 '문희상 안'은 물론 외교 참사로 불렸던 '한일 위안부 합의'보다도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예상된다.
외교부는 이날 '강제징용(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 입장'을 통해 우리 측 공익재단을 통한 대위변제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발표문 상으로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원고) 측에 판결금 등을 지급하는 것이 거의 유일하며 일본 전범 기업(원고)이나 일본 정부의 책임은 깨끗이 면제됐다.
일본 정부는 우리 측의 발표 이후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의 약식 회견을 통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1998년) 등을 계승한다는 입장 정도만 밝혔다.
나름 전향적으로 평가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강제동원 문제 등이 배제됐다는 점에선 여전히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번 해법은 일본 측의 간접적 방식의 사과로 끝나면서 진정성이 그나마 희석되고 말았다.
일본 측의 배상 또는 변제라는 법적 책임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신 우리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 간 미래 청년을 위한 장학금 사업 등이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외교적 실패를 감추기 위한 성동격서 같은 것"이라며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번 강제동원 해법은 박근혜 정부 때 체결된 2015년 위안부 합의와 비교해도 문제가 심각하다.
물론 위안부 합의는 '불가역적 합의' 등의 문구와 '소녀상' 철거 시사 등의 굴욕적 내용이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이듬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도 일부 동력이 됐다.
그럼에도 위안부 합의는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이나 일본 정부 예산의 '10억엔 거출' 같은 최소한의 성의 표시라도 있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현 총리)가 우리 외교장관과 나란히 서서 공동기자 회견 형식을 통해 양국 합의를 공인하는 공식성도 부여됐다.
그에 반해 이번 강제동원 해법은 한국 측이 일방적인 양보 조치를 발표한데다 발표 시점과 형식에서도 협상의 균형이 크게 무너졌다.
외교부는 "높아진 국격에 맞는 대승적 결단"이라 했고 박진 장관은 절반 이상 물이 찬 컵을 예로 들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6일 오후까지 일본 측 반응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의 계승이라는 간접적 입장 표명 수준을 넘지 않고 있다.
대한국 수출규제(2019년) 해제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있지만, 이는 강제동원 문제와 무관하다는 기존 일본 측 주장에서 볼 때 오히려 당연하면서도 때늦은 조치다.
피해자인 한국이 "대승적 결단"이라며 내놓은 양보에 정작 가해자 일본은 뜸들이듯 반응하는 셈이다.
이번 강제동원 해법은 대표적 굴욕외교로 꼽히는 위안부 합의는 고사하고 2019년 이른바 '문희상 안'(1+1+알파)과 비교해도 문제가 심각하다.
문희상 안은 한‧일 양국의 기업과 국민이 낸 자발적 기금에 '화해‧치유재단'(위안부 재단)의 잔액 60억원을 합쳐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피해자 측은 물론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금세 유야무야 됐지만 이번 정부의 해법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일본의 완승, 한국의 완패"라는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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