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 박물관서 5월까지 전시회
관부재판과 끝나지 않은 Herstory 전시장 |
(창원=연합뉴스) 이준영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 일부 승소를 거둔 '관부재판'과 그 재판을 몸소 이끈 고 김문숙 전 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이사장의 삶을 되새기는 전시가 창원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창원대 박물관 조현욱아트홀. 이곳에서는 지난달 15일부터 '관부재판과 끝나지 않은 Herstory'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김 전 이사장의 역사가, 오른쪽에는 관부재판에 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걷다 보면 가운데에 김 전 이사장과 위안부 피해자가 손을 맞잡은 그림이 나타난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일본에 책임을 묻고 또 물었던 주역들의 연대를 상징한다.
이번 전시에 활용된 자료는 100여점. 실제 관부재판과 김 전 이사장에 관한 자료는 수천점에 달한다.
이번 전시에는 관부재판 1심 승소를 선고한 판결문 내용부터 김 전 이사장이 관부재판을 위해 부산과 일본을 오간 낡은 항공 티켓까지 관부재판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자료들이 넘쳐난다.
관부재판과 끝나지 않은 Herstory 전시장 |
관부재판은 1992년 위안부와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1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재판이다.
김 전 이사장은 원고인 피해자들의 단장 역할을 맡아 한국과 일본을 수십번 오가며 재판을 이끌었다. 이동한 거리만 1만1천101㎞에 달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피해자들은 1998년 1심 재판부인 시모노세키 지방법원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거뒀다.
비록 2001년 항소심에서 패소했고 2003년 대법원에서 패소가 최종 확정됐지만 1심 선고 결과는 일본 사법부가 일본 정부의 위안부 책임을 인정한 최초이자 유일한 판결로 남아 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창원대 박물관은 관부재판과 함께 김 전 이사장의 삶과 헌신을 재조명하는 데 집중했다.
1927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김 전 이사장은 1965년 부산에 아리랑관광여행사를 설립해 부산 1호 여사장이 됐다.
1981년에는 부산여성경제인연합회를 설립하는 등 기업인의 길을 걸었다.
관부재판과 끝나지 않은 Herstory 전시장 |
그러다 동시대를 산 여성들이 위안부와 근로정신대가 돼 고통의 시간을 보낸 것을 알고 위안부 문제에 집중했다.
그는 사비를 털어 위안부 피해자들을 도왔다. 일본에서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집회 시위도 이끌었다.
2004년에는 부산에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개관해 위안부 역사를 알리고 여성 단체를 도왔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딸에게 민족과 여성 역사관의 운영을 당부했을 만큼 애착도 강했다.
이번 전시회에 활용된 자료는 모두 민족과 여성 역사관에서 받았다.
현재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딸인 김주현 역사관장이 운영 중으로, 역사관 자료 아카이브 작업 등으로 지금은 휴관 중이다.
김 관장은 "이번 전시가 어머니의 삶과 관부재판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용 창원대 박물관 학예실장은 "그동안 관부재판의 역사가 크게 부각돼 재판을 위해 애쓴 김 전 이사장의 헌신도 재조명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김 전 이사장 삶 속의 관부재판은 어떤 의미였을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5월 19일까지 열린다.
l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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