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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만화와 웹툰

도쿄 한식당은 접었지만 … 그 경험 웹툰 그려 제2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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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오링 도쿄'의 등장 인물. 맨 앞이 작가 본인을 딴 아오링이다. 【사진 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내 이름은 아오링.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주부다. 한국인들이 여행으로 찾는 화려한 도심에서 동떨어진 도시의 끝자락에 산다. 그래서 백화점보다는 동네 야채 가게에 들르는 일이 더 많고, 고급스러운 초밥 대신 가게를 빙빙 도는 접시 위 마른 초밥이 더 정겹다. 가끔 지겹게 느껴지는 일상이지만 짠돌이 남편의 너스레에 금세 얼굴엔 웃음꽃이 핀다.

"내가 해도 이것보단 맛있겠다!"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한인타운이 있는 신오쿠보의 한 한국식당에서 남편이 외친 짜증 섞인 푸념은 우리 부부의 일상을 한순간에 바꾸어놓았다. 그저 그 식당 음식이 맛이 없었던 게 우리 부부가 한식당을 차리는 계기가 됐다.

나는 "한국 음식점은 맛이 없어도 장사가 잘된다"는 남편의 무모한 말에 말릴 새도 없이 현혹돼버렸다. 요리는 잘 못하지만, 모던한 인테리어의 깔끔한 식당 주인은 해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현실을 마주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가게 위치부터 맛, 손님 대응까지 장사에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맥주 할인 행사 때만 손님이 몰리는 이 식당, 과연 망하지 않고 오래갈 수 있을까?

웹툰 '아오링 도쿄'는 아오링 작가가 10년 넘게 도쿄에 살면서 경험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일상 웹툰이다. 무턱대고 문을 연 한식당에서 한국인 부부가 마주한 인연을 그림으로 그려냈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의 경험을 웹툰으로 즐기는 독자들은 여행으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에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아오링 작가는 2020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림을 올리면서 웹툰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시험 삼아 네이버웹툰의 창작만화 게시판 '도전만화'에 올린 만화가 유명해졌고, 지난해부터 카카오웹툰 정식 연재작에 이름을 올리며 매주 목요일 연재를 이어오고 있다.

아오링 작가는 20대 후반이던 2009년 일본살이를 시작했다. 당시 한국에서의 사회생활에 지쳐 있던 그에게 일본행은 위로를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도망치듯 일본으로 갔어요. 오래 사귄 친구와 헤어지고 힘든 시기였거든요. 때마침 일본어를 배우고 있어서 현지에서 어학원을 다니다 보면 새로운 마음가짐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는 일본에서 남편을 만나 식당을 열었고, 가게를 오가는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타지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하지만 마음속에 솟아오르는 창작을 향한 욕구는 채워지지 않았다.

"처음엔 소설 작가를 꿈꿨는데, 단편소설 하나를 완성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몇 년 동안 괴로워하다 SNS에서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있는 걸 보고 힘을 얻었어요. 초등학생 때 꿈이 만화가였는데 그림을 못 그려서 접었거든요. 나이가 들고 보니 글로는 풀어내지 못했던 것들이 그림으로는 술술 풀리더라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시작하는 마음은 가벼웠지만 만화를 향한 집념은 강했다. 그에게 웹툰 작가라는 직업은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됐다.

"주부로 살다 보면 자아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많이들 하세요. 제게는 그림이 제 자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거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그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제 만화 인생이 이제부터라고 생각하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시선은 독자들에게 위로가 됐다.

지금은 오롯이 주부 생활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지난 1월 연재를 재개한 시즌2에서 도쿄에서 새롭게 경험한 일상을 소개하고 있다.

"독자분들이 제 작품을 보고 위로가 됐다고 하세요. 사실 저는 누군가를 위로하려고 만화를 그리는 건 아니었거든요. 제 일상이 위로가 됐다는 건 제 진심이 통했다는 것 아닐까요?"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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