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하협정 후 미군 계약업체 철수 결정타
두고 온 미군 전투기·미사일 등 9.5조원 규모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공항에서 2021년 8월 25일 미군 공수부대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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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전 준비와 계획 부족,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판단 잘못.’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발생한 초기 혼란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탈레반과 체결한 ‘도하협정’이 전환점이었다는 해석도 있었다. 미군이 철수 과정에서 남긴 군사 장비 총액이 최소 72억 달러(약 9조5,000억 원)라는 집계 결과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미 연방정부가 아프간 지원 과정을 감독하기 위해 설치한 특별감사관실(SIGAR)이 아프간 철군 과정을 조사한 보고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탈레반의 아프간 테러 공격 중단 보장을 대가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한 2020년 2월 도하협정을 전환점으로 꼽고 있다. 당시 협정에서 미국은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을 14개월 안에 모두 철수하기로 했고, 합의 이행 1단계로 4개월여 뒤에 1만2,000명의 아프간 주둔 미군을 8,600명까지 줄이기로 했다.
결정타는 미군 계약업체 철수였다. 아프간군은 보급과 유지 보수 등 군수 지원을 미군 계약업체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2021년 6월 미국이 이들을 철수시키면서 아프간군의 전투 능력이 상실됐다는 게 SIGAR 설명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보고서는 “미군조차 아프간군에 계약업체의 지원을 끝내는 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정부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였다. 아프간 관리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자의 철군 합의를 따를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7개월 만에 아프간 주둔 미군 전면 철수를 결정했고 탈레반은 쉽게 아프간을 장악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피란민들이 2021년 8월 26일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경비하는 미군을 향해 신원증명서를 흔들며 탈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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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01년 아프간 침공 이후 2005년부터 16년간 총 186억 달러 상당의 군사 장비를 아프간 정부군에 지원했다. 이 가운데 71억2,000만 달러 규모 장비가 미군 철군 완료 시점인 2021년 8월 현지에 남겨져 있었다. 작동 불가능한 상태로 파괴된 전투기 78대, 군용 차량 4만 대 이상, 공대지 무기 9,524기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SIGAR는 천문학적 지원에도 아프간 정부가 무너진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원된 무기가 암시장 등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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