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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재건은 '제2 마셜플랜'… 韓, 신도시 경험 살려 기회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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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 전쟁 1년 ◆

매일경제

20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서울 중구 퇴계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강팔문 평택도시공사 사장, 김만기 KAIST 글로벌공공조달센터 교수,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좌장), 이양구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상임대표(전 우크라이나 대사), 전평열 에스와이 대표, 박정배 전 중앙건설 대표.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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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 전쟁의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이미 전후 복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국제기구에선 인프라스트럭처 등 100여 개의 입찰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전 세계 기업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재건 비용으로 1조달러를 추산했다. 한국에서도 일부 기업이 현지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 모인 6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은 한국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는 '인도주의적 도리이며 실리'라고 말했다.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연대 차원에서도 재건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갖는 의미는.

▷라종억 통일문화연구원 이사장(좌장)=우크라이나에는 2만5000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전쟁 피란민을 우리나라가 받아주기도 했다. 이 같은 연고를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마땅히 재건 사업에 일조해야 한다.

▷이양구 동북아공동체문화재단 상임대표(전 우크라이나 대사)=우크라이나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안보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의미는 자유민주주의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점이다. 러시아 권위주의 체제가 지닌 부정부패, 경쟁과 투명성의 상실,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등이 종합적으로 전쟁에 영향을 미쳤다. 우크라이나를 적극 돕고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50여 개국은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선진국이다. 만약 한반도에 유사한 안보위기가 왔을 때 우리를 도와줄 나라 역시 그들이다. 보험을 드는 차원에서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연대에 적극 동참하는 게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고, 경제적인 실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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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없이 민간의 재건 사업 참여는 한계가 있지 않나.

▷이양구 상임대표=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정부로선 제한이 있을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역시 러시아에 진출한 대기업을 보호해야 하니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지금 우리나라도 인도적 지원을 많이 하고 있지만, 더 큰 무대는 전후 복구다. 서방은 단순한 전후 복구가 아니라 '제2의 마셜플랜' 수준으로,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성공한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박정배 전 중앙건설 대표=2019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문재인 정부에서 환대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한 민간 업체가 4번 식사를 대접했다.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 등 복잡한 이해 문제로 전후 복구 사업에 적극 참여하지 못한다면, 민간 차원에서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풀어나가면 좋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재건 사업 방향은 무엇인가.

▷이양구 상임대표=작년에 우크라이나 의회대표단이 세 차례 방한했다.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은 '동유럽에 제2의 대한민국 건설'이다. 한국이 한 지역을 맡아 재건을 책임져달라는 것이다. 당장 투자를 해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마스터플랜과 전략을 지금부터 구성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박정배 전 대표=한 지역, 도시 전체를 개발하는 것은 분명 우리나라에 강점이 있다. 1·2기 신도시 등 충분한 도시개발 경험이 있고, 전후 복구 시스템과 전략에서 굉장히 유리하다.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글로벌 투자자들과 협업할 수 있다고 본다.

▷이양구 상임대표=마셜플랜(서방의 경제 원조)이 1차 재원이다. 또 우크라이나는 3200만㏊(헥타르) 규모의 국유 농경지가 있다. 이는 유럽연합(EU) 전체 농경지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를 사유화하는 게 우크라이나의 큰 숙제인데, 성공하면 복구사업을 위한 자체 재원도 확보 가능하다. EU 가입 조건이기도 한 3000여 개의 알짜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서도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

▷김만기 KAIST 글로벌공공조달센터 교수=우크라이나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은행, EBRD 등 국제기구에서 이미 입찰이 100개 이상 나와 있다. 한국 기업들이 굳이 자기 돈을 쓸 필요 없이 국제기구 재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내 기업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김만기 교수=국제기구 입찰 수주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국제기구 입찰은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조달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정상적으로 밟아야 한다. 의료업체인 한국 씨젠이 작년에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꽤 많은 이동진단시설을 우크라이나에 공여했는데, 이를 진행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현지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전평열 에스와이 대표=우크라이나 정부도 재건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건축자재 기업 입장에서 현지 기업과 협업해 현지에 건축자재 공장을 지어 납품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일랜드 건축자재 기업인 킹스판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2억유로(약 274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우리도 민간 기업이 선제적으로 진출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나.

▷강팔문 평택도시공사 사장=우리나라는 6·25 전후 복구사업을 국가 주도로 추진해 성공한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가 주택과 산업단지, 도로를 개발하기 위해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도로공사 등 국가 주도의 사업추진체를 만들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에도 이 같은 시스템을 우리 정부가 이식해준다면 우리 기업의 참여 기회도 덩달아 많아질 수 있다,

▷이양구 상임대표=우선 공적개발원조(ODA)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 정부 재원을 집행하기 위해선 우크라이나 정부와 기본협정을 맺어야 한다. 두 정부 간 전후 복구에 대한 큰 틀의 합의도 필요하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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