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999’. 사진|토에이 |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일본 만화 ‘은하철도999’의 원작자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가 지난 13일 급성 심부전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20일 교도통신, NHK 등은 ‘은하철도999’, ‘천년여왕’, ‘우주해적캡틴 하록’, ‘우주전함 야마토‘의 원작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가 13일 급성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장례식이 엄수됐다고 보도했다.
소속사 레이지 스튜디오 대표이자 고인의 장녀인 마쓰모토 마키코는 SNS에 “레이지는 별의 바다로 여행을 떠난 만화가”라며 “만화가로서 계속 이야기를 그리는 것만 생각하고 달려간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아버지를 추모했다.
이어 “멀리 시간의 고리가 닿는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그는 항상 말했다. 우리도 그 날을 고대하고 있다”며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함께 절차탁마해주신 만화가 선생님들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두루 인사를 전했다.
‘은하철도999’. 사진|디스테이션 |
1938년 후쿠오카현 구루메시에서 태어난 마쓰모토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54년 투고한 ‘꿀벌의 모험’이 ‘만화소년’에 연재되며 만화가로 데뷔했다.
최고 히트작은 1971년부터 1981년까지 ‘주간소년킹’에 연재된 ‘은하철도999’다. 만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TV 애니메이션에 이어 영화로도 제작됐다. 한국에서도 82년부터 네 차례 애니메이션이 방영돼 큰 사랑을 받았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엔 햇빛이 쏟아지네~”라는 주제가도 인기를 모았다.
‘은하철도 999’는 발표 당시 먼 미래였던 서기 2221년을 배경으로 했다. 엄마를 잃은 소년 테츠로(철이)가 영원히 죽지 않는 기계 인간이 되기 위해 신비한 여인 메텔과 은하열차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향한다. 열차가 멈춰서는 역마다 열차표를 빼앗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철이는 우주로 향하는 여행에서 선과 악, 삶과 죽음의 인생을 배운다.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 사진|연합뉴스 |
마쓰모토는 2017년 전시회 기념 방한 기자회견에서 기차를 소재로 한 ‘은하철도 999’ 구상에 대해 도쿄로 상경하던 중 탔던 기차 여행의 강렬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마쓰모토는 “도쿄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기차표를 살 돈조차 없었는데 도쿄의 편집자가 기차표를 보내줬다”며 “기차를 타고 도쿄에 가는데 터널을 빠져나가며 마치 우주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 우주로 날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은하철도 999를 구상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마쓰모토는 ‘999’가 ‘미완성’을 의미한다고 했다. ‘1000’이면 어른이 되고, 철이는 메텔과 헤어져야 한다. 철이는 위험천만한 모험 끝에 은하철도999 종착지에 도착하지만, 결국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계인간의 꿈을 포기한다.
이에 대해 마쓰모토는 “나도 기계인간이 되고 싶지 않다”며 “기계인간이 되면 대충 살지 않을까요.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열심히 살 수 있다. 시간은 꿈을 배반하지 않는다. 꿈도 시간을 배반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가장 애착이 가장 캐릭터로 “철이”를 꼽은 그는 “내가 바로 철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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