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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서울 한복판 폐교 쇼크…'재학생 84명' 건대 화양초 문닫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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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교문 앞. 폐교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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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적 상업지구 중 하나인 건대입구역 근처에는 화양초등학교가 있다. 이 학교 근처는 대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촌이다. '원룸 전문' 광고판을 내건 부동산과 카페, 식당이 늘어선 거리에 있는 화양초 정문에는 “그동안 서울화양초등학교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걸렸다. 개교 40주년을 맞은 화양초는 이달 28일로 문을 닫는다.

서울시교육청은 14일 화양초를 폐교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홍일초(2015년), 염강초(2020년), 공진중(2020년)에 이어 네 번째 폐교다. 반면 서울 강남구 개포초가 3월 개교하고, 유치원 6곳이 새로 문을 연다.



건대 상권 한 가운데…학생 이탈



1983년 18학급 규모로 개교한 화양초는 1990년 30학급까지 늘었다. 하지만 2008년 420명, 2013년 183명, 2018년 151명으로 꾸준히 학생 수가 줄더니 작년에는 신입생 7명 등 재학생이 84명에 그쳤다. 지난달 6일 18명이 졸업했고 남은 재학생들은 인근 성수초와 장안초로 나눠 전학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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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앞 공인중개사사무소의 모습.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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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여파로 전국 곳곳에서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있지만, 화양초의 폐교는 저출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인근 건대 상권이 커지면서 주거지역이 재편된 영향도 크다. 서울 성동광진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맞은편의 건국대 재학생을 위한 원룸촌, 음식점 거리가 확장하며 자녀를 둔 집 다수가 인근의 광장동, 구의동이나 경기도 신도시로 빠졌다”고 설명했다.

화양동에서 30여년 거주한 안미례(55)씨는 “화양동에 유흥가가 자리 잡으며 부모들의 선호도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화양초 인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화양초 뿐만 아니라 근처 어린이집도 최근 두 곳이 폐원했다”며 “오히려 전교생이 많은 성수초로 빠지는 것을 반기는 학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활발한 강남은 학급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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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앞 한 주택에 '원룸 월세' 간판이 걸려있다. 장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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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폐교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수 240명 이하인 소규모 초등학교는 2022년 42개에서 2027년 80개로 늘어난다. 중·고등학교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학교 소규모 학교(학생 수 300명 이하)는 2022년 총 49개에서 2027년 64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고등학교 소규모 학교(학생 수 300명 이하)는 2022년 15개에서 2027년 29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장 내년에 도봉고가 통폐합하기로 결정했고, 지금도 폐교를 논의 중인 학교들이 몇 곳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학교 신설이 계속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초는 재건축으로 2018년 휴교했다가 올해 42학급 규모로 다시 문을 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 자치구 중에서 강남·서초와 강동·송파 지역은 재건축으로 인구가 늘어나지만, 나머지 지역은 인구가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민지·장윤서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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