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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정치·학계 원로들 “지금 사실상 정서적 내전 상태…21대 국회서 선거제 개혁 이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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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계와 학계 원로들이 최근 정치 상황을 “정서적 내전 상태”라고 진단하며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승자독식 구조를 깨고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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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2023년, 정치제도 개혁의 우선과제'를 주제로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토론회가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대화문화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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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여의도에서 ‘2023년 정치제도 개혁의 우선 과제’를 주제로 열린 대화문화아카데미 토론회에서 원로들은 최근 사회 갈등이 심화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큰 구호였던 민주화를 비롯해 우리나라가 상당히 발전했지만, 최근 몇 달 동안은 대한민국이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히 고조되고 있다”며 “우리에게 민주주의 헌법을 지탱할 수 있는 사회계약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의견 차이로 인한 사회갈등을 “사실상 정서적 내전 상태”라고 평가한 김부겸 전 총리는 “공동체 분열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강자에 의한 독식도 안 되지만, 패자의 절망 위에선 공동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국회의원 여러분들이 21세기 사회계약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공동체를 위해 다양성과 비례성을 확보하는 계약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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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울포럼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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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선 최근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에서 진행 중인 선거제 개편 논의를 고리로 정치개혁을 추진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2016년 국회의장 재임 시절, 모든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약속하는 등 분위기가 성숙했음에도 불구하고 정파적 이해라는 현실적 벽을 넘지 못했다”며 “현시점에선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정치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의는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이어졌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중대선거구제는 필연적으로 다당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데, 다당제가 과연 대통령제하에서 정국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지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은 “소선거구제는 양당 중심 정치구조 고착화로 정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켰다”며 “대도시는 3~10인의 중대선거구제로 하되 농ㆍ어ㆍ산촌은 소선거구제를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여야 의원의 의견도 나뉘었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대통령제를 고려하면 갑작스러운 원내 정당 난립은 국정운영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비례성과 대표성 부족”이라며 “의원정수를 늘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식의 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정치개혁의 목표는 책임 연정이 가능한 다원적 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것”이라며 “제3세력의 룸을 얼마나 허용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지역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심각해져 가는 지방소멸 문제를 정치적 대표성을 보완해 해소해야 한다”며 “각 지방을 대표할 비례대표 의원을 50명 정도 증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지역ㆍ성별ㆍ세대 대표성 강화를 위해 “의원정수를 확대하고 상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정치권이 진영대결과 팬덤 정치로 국민을 갈라 세우고 있는 유감스러운 현실”이라며 “정치 발전과 제도개혁을 위해 경험이 많은 원로들과 전문가들이 대화를 통해 의견을 나눠볼 필요가 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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