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 계획도시 정비 특별법)이 발표된 후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일대 재건축 호재가 있는 인기 아파트를 중심으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거래절벽으로 매수자 우위 시장 상황이 지속되다가 매도인들이 매물 가격을 올리거나 거두기도 하면서 팽팽한 줄다리기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시장 전체 분위기는 현 상태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난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상록우성아파트 전경. /백윤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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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1기 신도시 정비를 추진하기 위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주요 내용을 지난 7일 공개했다.
대규모 광역교통시설 같은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는 경우에는 재건축 안전진단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2종 일반주거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 수준으로 상향하면 용적률이 300%까지 높아지고,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은 최대 500%를 적용해 고층 건물을 짓는 게 가능하다.
1기 신도시 중 정주 여건(녹지와 교육·교통·금융·문화 인프라)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재건축 호재가 있는 아파트에서는 발표 이후 급매가 소진되는 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자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자동, 수내동 일대 아파트가 며칠 새 급매 위주로 많이 팔렸다”면서 “어떤 집은 매도인이 이사 갈 분당 다른 집 집주인이 갑자기 집값을 5000만원 올려달라고 하는 바람에 기존 집 계약자가 나타났는데도 매물을 거두려고 하는 집도 있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입주해 재건축 가능성이 높은 분당 서현동 시범 단지 인근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범아파트는 가장 먼저 입주한 단지인 만큼 재건축도 빠르게 될 것이고, 그걸 기대하고 버티는 집주인도 많은 만큼 더 이상 내려서 사려면 매물을 거두려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아파트 전경. /백윤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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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거래까지는 잘 되지 않는 상황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 전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신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5단지 인근 C공인중개업소는 “급매 위주로 문의가 많지만 막상 매수자가 나타나면 호가를 올려버려 거래가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고양시청의 백석동 이전 이슈와 특별법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문촌17단지 인근 D공인중개업소는 “이 단지가 좋은 건 매수인들도 잘 알아서 급매나 가격 조정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는 많이 오지만 적극적으로 매수 의사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면서 “이번에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가 나는 바람에 매도인들이 또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는 등 마음을 바꿀 여지도 있어 현재는 그야말로 혼돈의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후곡마을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 전경. /백윤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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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별법 발표로 인해 일부 급매가 소진되는 정도의 변화는 있을 수 있겠지만, 금리 인하 등 거시 경제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 이상 반등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특별법 발표로 일부 인기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있을 수 있지만 법안 통과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아직은 매매가 활성화되기 이른 상황”이라면서 “주의 환기 정도 분위기는 나타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나 대출 규제 추가 완화 전까지는 현 상태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별법이 발표됐지만 구성원 동의 등 갈 길이 멀어 재건축이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더 깎으려는 매수인과 조금이라도 비싸게 팔고 싶은 매도인이 얽혀 현재 줄다리기 양상을 만들었다”면서 “급매 위주로 거래는 되지만 거래량은 여전히 바닥 수준이어서 꼭 필요한 실거주 수요가 아닌 이상 당분간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확률은 낮다”고 했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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