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백XX'에서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10년 차 웹툰작가 병장(뒷줄 왼쪽 셋째)이 팀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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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작품 제작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홀로 작품을 만들거나 한두 명이 글과 그림을 나누어 제작했지만, 이제는 전문 분업 시스템을 도입한 웹툰 스튜디오가 잇달아 문을 열고 빠른 속도로 다양한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웹툰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네이버웹툰 수요웹툰으로 연재를 시작한 '백XX'도 8명이 팀을 이뤄 제작하고 있는 작품이다. '박태준만화회사'로 불리는 더그림엔터테인먼트의 신작으로, 피할 수 없는 음모에 빠진 최고의 북파공작원 '백이수'가 성공한 사업가이자 범죄조직 보스인 쌍둥이 형 '백도경'의 신분을 이용해 자신을 버린 거대 세력에 맞서는 내용의 정통 누아르 액션물이다. 연재가 시작되자마자 "느슨해진 수요일 웹툰에 큰 게 왔다"며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제작팀의 중심에는 총괄 프로듀서(CP)를 맡은 병장 작가(35)가 있다. 2013년 '커서'로 데뷔해 '소년이여' '토끼의 왕' '아르마' 등을 연재하며 학교폭력, 서열화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춰온 그가 웹툰 작가 10년 차에 회사에 입사하며 '백XX' 제작에 열의를 내비쳤다. "10년을 프리랜서로 살다가 회사에 출근하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걱정을 좀 했는데 생각보다 잘 맞더라고요."
웹툰 '백XX'. 【사진 제공=더그림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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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작품이 아닌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현재 '백XX'의 스토리를 맡고 있는 해태 작가의 제안을 받고부터다. "처음에는 스토리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이게 누아르 장르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복수극이거든요. 해태 작가님이 보시기에는 제가 예전에 그린 '소년이여'와 이어지는 면이 있다고 보셨던 거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이미 복수극을 한번 그렸기 때문에 다시 한다면 이전 작품과 비슷한 내용이 나올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전반적인 부분을 잡는 역할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죠. 작가로서 분업 시스템에 메리트가 느껴지더라고요."
그의 주요 임무는 작품의 무게감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일이다. 대부분이 신인 작가인 팀원들의 미흡한 부분을 챙겨주는 도우미 역할이다. "어떻게 만들어야 재미있는지, 지금 전개되는 내용을 얼마나 더 끌고가야 하는지 결정하는 일은 경험이 없으면 하기 어렵죠. 제가 전반적인 톤을 잡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돼요. 사람들이 뭘 하느냐고 물어보면 '감독 같은 것'이라고 말해요."
10년 넘게 홀로 작업해온 그에게 분업의 효과는 크게 다가왔다. "혼자서 그렸다면 타협하고 놓쳤을 부분을 팀으로 하니 빠짐없이 챙길 수 있더라고요. 소통하니까 상호작용이 크게 일어나요. 팀원들의 열정이나 관심도가 아주 높거든요. 기성 작가인 저도 자극받을 정도로요.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결집한 집단 지성이 일어나는 거죠."
특히 상품으로 자리 잡은 웹툰의 질을 높이는 측면에서 분업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전까지는 저 혼자 하던 일들을 여러 명이 나눠서 하니 작품의 질이 굉장히 좋아지는 거 같아요. 혼자서 하다 보면 작품으로 그려낸 것이 생각하던 이미지에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시간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양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 제작자와 독자 모두에게 좋은 일이죠."
그는 '백XX' CP에 이어 올해 말 스토리 작가로 참여하는 새 작품을 연재하며 작가로서 역량도 발휘해나갈 계획이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작품이 팀으로는 가능하다는 걸 느꼈어요. 이전에 해본 적 없는 장르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무엇보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이 정도로 재밌을 수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어요."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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