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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정은 딸 주애, 열병식 주석단 중앙에…리설주보다 앞서 “4대세습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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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조선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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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김 위원장과 나란히 8일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야간 열병식 주석단에 등장했다. 특히 김주애는 주석단의 귀빈석 중앙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주요 군 부대를 사열했고 이때 어머니인 리설주보다 앞서 가는 등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다.

김주애가 지난해 11월 이후 굵직한 군 관련 행사에만 벌써 5번째 등장하면서 김 위원장을 잇는 후계 구도에서 앞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열병식 등장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전 열병식 주석단이 등장해 공식 후계자임을 알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북한) 후계 구도는 이른 감이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주애, 김정은 손 잡고 군 부대 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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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8일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건군절) 열병식에 참석했다. 그는 부인 리설주 여사, 딸 주애와 함께 참석했으나 주목을 받았던 대외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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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9일 “조용원 조직비서와 리일환 김재룡 전현철 당 중앙위 비서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최측근 조용원과 군 수뇌부들이 김주애를 보좌했다. 지난해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지지도에 처음 나타난 김주애를 향해 “사랑하는”이라고 표현한 북한 매체들은 두 번째 등장에선 “존귀하신”이라고 했고, 이번엔 “사랑하는”과 “존경하는” 수식어를 모두 붙였다.

노동신문은 이날 10면에 걸쳐 열병식 관련 사진을 140장 게재했다. 이 가운데 김주애를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사진만 16장에 달했다. 조선중앙TV가 이날 방송한 영상에는 검은색 베레모와 검정 더플코트 차림의 김주애가 귀빈석에서 김 위원장의 뺨을 쓰다듬거나 바싹 붙어 웃고 손뼉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김주애가 행사 후 김 위원장과 대화하며 걸을 때 리설주는 김 위원장 부녀보다 대체로 한두 걸음 물러나 보조를 맞추며 뒤따라가는 모습이었다.
● 4대 세습 메시지 “김주애도 강력한 후보군”

김주애가 3개월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군 관련 행사에만 5차례 나타났고, 북한 매체가 이를 비중 있게 공개하면서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백두혈통’ 후계자로 김주애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둘째인 김주애(2013년 출생 추정) 등 자녀를 셋 뒀다. 첫째(2010년 출생 추정)는 아들로 추정된다. 2017년 태어난 셋째 성별은 불분명하다.

정부는 김주애를 부각하는 북한의 의도가 후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지, 김 위원장의 자녀들을 이른바 ‘결사 보위’하겠다는 것인지 열어두고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국가정보원은 김주애에 대해 “후계자가 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만 밝힌 바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주애와 동행한 건) 김 위원장이 4대 세습을 기정사실화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김주애가 후계자라고 단언할 수 없고, 김 위원장의 아들이 어떻게 등장할지도 관건이지만 (김주애가) 강력한 후계자 후보군임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미 CNN방송도 “김 위원장이 딸을 군 공개 행사에 데려온 것은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이를 ‘가족 왕조’ 통치 연장의 강력한 보장으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 공개되지 않은 김 위원장 아들이 있다고 알려진 만큼 후계 구도를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주애는 김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데 쓰이는 선전 수단”이라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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