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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명수, 대법관 후보 추천 개입했나" 현직 판사 잇단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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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서 전 추천위원장은 "그런 일 없었다"
한국일보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3년 대법원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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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관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 김 대법원장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당사자가 해명했지만, 추가 의혹이 제기되면서 진실공방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법원 내부통신망에 "2020년 7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이 권순일 대법관 후임으로 특정 후보를 추천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송 부장판사는 당시 박경서 대법관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이 자신과 점심을 먹던 중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이 신문 칼럼을 뽑아 와서 '이모 후보'에 대해 ‘이분을 눈여겨보실 만합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고 가더라”고 이야기했다고 썼다.

송 부장판사는 '이모 후보'가 이후 최종 임명된 이흥구 대법관이라고 주장하며, 결국 대법관 인사에 김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8년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추천위원회 규칙에서 대법원장의 후보 추천권 규정을 삭제했다.

송 부장판사 글에서 지목된 안희길 당시 인사총괄심의관은 같은 날 내부통신망에 "통상적 업무로서 위원장에게 제청 절차 전반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변했을 뿐이나, 그것이 오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부분까지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적었다. 신문 칼럼을 이용해 위원장 질문에 답변했을 뿐 후보를 추천한 적은 없다는 취지였다.

송 부장판사는 해명 글이 올라온 지 5시간 만에 재반박 글을 올렸다. 그는 "총괄심의관이 '답변'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을 '제시'라고 규정하는 이유가 있다"며 "(제시된 후보로) 이흥구 대법관만이 아니고 다른 두 분이 더 계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정 3인을 언급한 과정에서 대법원장 의중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박경서 전 위원장은 그러나 당시 대법관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송 부장판사와) 점심 도시락을 먹은 일은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노코멘트"라면서도 "인사는 공정한 절차에 따라 문제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법관들은 인사 논란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사법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심의관이 인선 과정에서 대법원장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 후보를 거론할 가능성은 낮다"며 "김 대법원장의 인사 방식에 불만이 누적된 상황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직접 들은 얘기가 아니고 전언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진실공방이 불가피하지만, 국민들 눈에는 법원이 좋게 보일 리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원 기자 hanak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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