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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교육 내모는 '킬러문항'···문제풀이 스킬 배우러 '학원 뺑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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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연중기획 - 尹정부 2년차, 4대 개혁 적기다]

2부 : 교육이 국가 미래다

<3>미래형 교육시스템 전환 - '도입 30년' 수능 손질 한 목소리

객관식 수능으론 창의인재 못 키워

"줄세우기 5지 선다형 개선 시급"

고난도 문제 풀려면 '사교육 필수'

탐구영역 학생 '외면과목' 수두룩

"절대평가 전환···논술비중 높여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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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 입시는 큰 틀의 변화 없이 미세 조정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입시를 과감하게 바꾸면 결국 힘들어지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라며 “고교학점제나 몇 가지 변화에 따라 입시(제도)를 맞춰야 하는 부분에 대한 미세 조정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입시 제도 변경을 소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교학점제 도입 등 변화에 따라 미세 조정은 하지만 다양한 교육개혁 정책을 실행해 학교 현장을 먼저 바꾸고 난 뒤 대입 제도를 손질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교육계는 학령인구 감소에 적극 대응하고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대대적인 입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올해 도입 30년이 된 대입수학능력평가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능은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를 개편하는 순기능이 있었지만 몇 번의 제도 개선을 거치며 도입 취지가 훼손됐다. 특히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난도를 올린 킬러 문항 등이 도입되면서 사교육을 필수로 만들고 학원에서 시간 내 빨리 풀기, 정답만 가려내는 문제풀이식 학습으로 점수를 올리는 ‘정답 찍기’ 시험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2028학년도 대입은 미세 조정하는 선에서 개선하더라도 2032학년도부터는 시대·사회 변화의 흐름에 맞춘 미래형 입시 제도를 적용하는 단계적 접근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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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대입 제도 개선의 큰 방향은 대학의 학생 선발권 보장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대학들이 수시 모집을 선호하고 수능의 타당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시 모집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는 식의 규제를 풀고 대학들이 설립 목적에 따라 선발 비율과 전형 방식을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내신·수능·논술·면접 등 대학 입학 전형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뒤 입시의 한 축인 수능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능 개편 방향은 학생들의 입시 부담 완화와 고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 강화, 창의적 사고력 향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선택적 교육과정이 확대되는 만큼 과목별 유불리 현상을 없애고 입시 준비 부담을 덜기 위해 수능 응시 영역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공통과목과 일반 선택과목 중 응시 영역을 무엇으로 할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6+1 영역’을 줄여 수능의 복잡한 영역 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탐구영역 가운데 1000명 남짓한 수험생만 응시하지 않는 과목이 수두룩하다”면서 “시험 과목을 단순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전 학년이 내신 절대평가를 할 경우 수능도 모든 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 또한 나온다. 김경범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내신 절대평가를 하면서 수능을 상대평가로 남겨두면 상위권 대학들이 내신의 변별력과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수능 위주로 학생을 뽑을 것”이라면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더라도 난이도 조절을 통해 변별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수능의 형식을 바꾸거나 기능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된다. 암기한 지식으로 선다형 문항을 푸는 현 수능으로는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기 힘든 만큼 논·서술형 시험으로 전환하거나 도입 취지대로 대학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만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도연 울산대 이사장은 “객관식 시험으로 창의성을 키울 수 없다”면서 “서술형 문항을 매년 5%씩 10년에 걸쳐 늘려 주관식과 객관식 문항을 절반씩 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기자단이 지난달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소속 대학 총장 1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42.6%가 ‘수능을 자격 고사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14.8%는 ‘수능을 없애야 한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6명이 입시에서 수능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대교협 회장)은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수능 성적으로 학생을 줄 세워서 뽑는 방식이 머지않아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 특성에 맞게 선발할 수 있도록 입시를 자율화하고 수능도 단계적으로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성행경 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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