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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하청노동자 사망한 롯데건설 공사장, 안전계획서에 ‘철거 단계 안전계획’ 따로 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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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7일 서초구 서초동의 한 신축 오피스텔 공사현장 출입구에 설치된 건축허가표지판에 시공사 이름 등 주요 정보가 가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3일 하청노동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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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신축 오피스텔 공사장의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지자체에 사전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에 철거 단계의 안전관리 계획을 별도로 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공사장에선 지난 3일 지지대를 철거하던 하청노동자가 쓰러지는 지지대에 맞아 사망했다.

9일 경향신문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롯데건설의 해당 오피스텔 공사 안전관리계획서를 보면, 기존 건물의 지하층 철거작업을 진행한 후 흙막이(땅을 팔 때 주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작업) 등 토목공사를 시작하도록 돼 있다.

계획서에는 흙막이작업 중 안전대책이나 굴착공사 계획서 등은 포함돼 있으나 그 이전 단계인 지하층 철거 안전계획은 따로 담겨있지 않다. 롯데건설이 2021년 12월 서초구에 제출한 이 계획서에는 신축 오피스텔 공사 개요와 현장 특성, 운영 계획 등이 담겨 있다.

해당 계획서를 검토한 김훈희 토목공학 박사는 “계획서상에서는 구체적인 안전대책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인데 실제 현장에서는 안전조치가 이뤄졌는지, 노동자 교육이 진행됐는지, 관리자가 책임을 다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측은 별도 항목으로 기술돼 있지 않다고 해서 안전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당시 공사장의 철거는 굴착과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에 ‘굴착 및 발파공사’ 계획에 (철거 안전대책도) 포함돼 있다”며 “중요한 부분에 누락이 있었으면 애초 (구청에서) 통과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롯데건설 공정계획표에 지하층 철거공사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관련 법(건설기술진흥법)상 이 단계에 해당하는 안전관리계획을 꼭 제출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 교수는 “통상 굴착·발파가 기존 건물 해체와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해체에 대한 안전계획도 (별도로) 수립하는 게 적절하다”면서 “(산업안전보건법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에 따라) 시공사가 건물 해체 작업계획서를 작성해 제대로 이행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서울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터에 집을 짓기보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그 위에 다시 짓는 경우가 많은데 향후 이런 위험이 반복될 수 있겠다는 우려도 든다”고 했다.

이번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공사금액 50억 이상)이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자세한 사고경위와 책임소재를 조사 중이다. 롯데건설에선 지난해에도 경기 용인시 소재 아파트 공사장과 충남 예산군 발전소 공사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 [단독]롯데건설, 하청노동자 건설 현장서 사망하자 시공사 이름 가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2081328001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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