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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국내 주택시장 불황에 해외 먹거리 찾는 건설업계…"리스크 관리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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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MOU 체결, 현지 법인 재정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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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해외 먹거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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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주택시장 불황기 속에 건설업계가 해외에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발판 마련으로 분주하다. 국내에선 자체분양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건설경기가 위축해 지난해만큼 발주도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해외사업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업계의 위기관리 능력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과 현지 법인 재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달 싱가포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중국건축 제6공정국 유한공사(CCSEB)와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중국건축6국은 건축 및 사회 인프라 건설, 부동산 투자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영위하는 건설사로 2021년 매출액 기준 세계 1위 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의 그룹사다.

현대건설은 중국건축6국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아직 진출하지 않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신시장을 개척한다. 특히 주요 인프라 사업 협력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재원 조달 사업 참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환경·에너지기업으로 전환한 SK에코플랜트는 북미 지역에서 입지를 다지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난 6일 자회사 BETEK의 사명을 'SK에코플랜트 아메리카스(SK ecoplant Americas)'로 변경했다. 미국·캐나다 법인을 통해 전자폐기물(E-Waste)과 폐배터리 재활용 등 폐기물분야 재활용 사업과 그린수소, 연료전지 등 에너지 사업을 확대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날 미국의 초소형모듈원전(MMR) 전문 기업인 USNC와 폴란드 레그니차 경제특별구역(LSEZ)과 MMR 사업개발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를 토대로 현대엔지니어링과 USNC, LSEZ 등 3개 기업과 기관은 레그니차 경제특별구역 내 전기, 열, 스팀 공급을 위한 초소형모듈원전(MMR) 도입을 협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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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은 최근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 보수공사를 수주했다. 카두나 정유시설 현재 전경. /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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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수주 사례도 나왔다. 대우건설은 이달 나이지리아국영석유공사(NNPC)의 자회사인 카두나정유화학(KRPC)이 발주한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 보수 공사'를 수주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금액은 총 5억8918만 달러(한화 약 7255억 원)이다. 회사는 수의 계약으로 공사를 수주했고, 석유제품 생산을 위한 시운전까지 단독으로 수행한다.

그러나 해외 건설 사업이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해외 사업장도 여전히 원자재 가격 인상의 영향권에 있을 뿐더러, 비교적 안정적인 여건의 관급공사라 하더라도 발주처와 정부의 상황에 따라 사업 환경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에 참여했던 한화건설부문은 이라크 정부의 공사비 미지급 문제로 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회사는 지난 2012년 4월 이라크투자위원회(NIC)로부터 사업을 수주했으나 공사를 진행한 10여년간 미수금이 불어나며 철수를 결정했다. 총 사업비 14조 원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손을 뗀 것이다. 한화건설부문에 따르면 회사는 그동안 해당 사업으로부터 5조 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IS(극단주의이슬람)와 갈등, 유가 하락 등으로 이라크 정부의 재정상태가 악화하며 공사 대금 지급이 늦어져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최근 새로운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율 상승 압박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은 실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해외 사업장에서 수익성이 악화하며 실적이 역성장했다. 회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계 영업이익은 1137억 원 규모로, 전년 동기 3142억 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 사업지 전반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코로나9 확산 등에 따른 대외적 환경도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택사업이 침체하며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고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사업은 통상 관급공사로 진행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올라도 이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이 공식적으로 열려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현지 정부의 상황이나 대외적인 여건 등 위험 요인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일머니의 낙수효과를 누리는 것도 녹록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또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오일머니가 풍부한 중동 지역은 이미 글로벌 인재를 풍부하게 갖춰 고수익 사업장이 많이 줄었고, 종교적인 문제도 복잡하다"며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수익 사업이 드물고 규모는 크지만 오히려 건설사가 마진을 못남기는 구조로 발주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부연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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