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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영하 강추위에도 “점퍼 입지 말라”는 日 중학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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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달 25일 일본에 폭설과 강풍을 동반한 극심한 한파가 엄습해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한 남성이 가득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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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날씨에도 단지 ‘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점퍼 착용을 금지한 일본 중학교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학부모의 항의에도 학교 측은 “규정에 없으니 학교는 점퍼 착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히로시마의 한 중학교에서 영하 4.2도의 추위에도 점퍼를 입지 못하게 해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심한 감기에 걸리는 일이 벌어졌다. 학교 측은 “점퍼 착용은 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에게 점퍼를 벗으라고 지시했다. 결국 학생은 다음날부터 고열에 시달렸고, 일주일간 결석했다.

학교가 학생에게 교칙만을 근거로 방한용품 착용을 금지한 점도 문제가 됐지만, 이후 학교의 대처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학생 보호자가 “추운 날 점퍼를 입는 것은 어른이건 아이건 당연하다. 교칙이 이상하니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항의했을 때 학교 측이 또다시 교칙만을 이유로 들어 반박했기 때문이다. 히로시마에는 문제의 학교 외에도 점퍼 및 코트 착용을 금지한 학교가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한파 등 강추위에는 일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히로시마는 부산보다 남쪽에 위치해 있어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따뜻한 편이다.

이 학교 측은 “규정에 스웨터, 목도리, 장갑은 착용 가능하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점퍼와 코트는 그렇지 않다”며 “규정에 없으니 학교는 점퍼 착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아이 안전을 위해 정해진 룰을 지켜야 한다. 스웨터, 목도리, 장갑 등 학교에서 인정하고 있는 방한복으로도 충분히 추위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일은 규칙이나 규범에 순응하는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도 논란이 됐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이 사건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명백한 학대” “집단 항의 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사연을 공유하는 네티즌들도 종종 있었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규칙이라도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면 재검토해야 하는데 교육 현장에서 이런 생각조차 못 한다는 게 무섭다”고 했다.

우치다 료 나고야대 대학원 교수는 NHK에 “추울 때 껴입는 것은 건강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인데 이번 일은 그보다도 매뉴얼을 우선시한 것”이라며 “학교는 교칙이니 지키라고 하지만, (교칙의)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건 사람마다 상대적이기 때문에 점퍼나 코트 착용 여부는 오롯이 학생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시대에 맞는 교칙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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