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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층간 보복소음’ 출동한 경찰…“집주인 동의없으면 가택수색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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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없이 임의로 집 내부 수색하자
보복소음 지목된 집주인“인권침해”
인권위 “헌법 위배, 거주자 동의 먼저”


매일경제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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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영장 없이 가택을 수색하기 위해서는 거주자의 명확한 동의를 받고 이를 증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9일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소속기관에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진정이 접수된 해당 경찰서장에게도 관련 직무교육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소재의 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 등은 ‘보복 소음’ 관련 112신고를 받고 새벽 2시30분께 B씨의 주거지를 방문해 임의수색을 진행했다.

윗층의 층간소음에 보복하기 위해 천장에 스피커를 틀었다는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A씨는 이때 B씨의 동의를 받거나, 수색 목적을 밝히지 않은 채 “스피커를 켠 것 아니냐. 경찰이라 가택수사가 가능하다”며 B씨의 주거지를 수색했다.

B씨는 이러한 행위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할 당시 B씨의 주거지가 보복소음의 진원지로 유력하다고 판단하고 현장 확인을 위해 B씨의 동의를 받아 가택수색을 한 것”이라며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내지 7조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행해지려고 하고, 이로 인해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이를 제지하거나 다른 사람의 건물·차 등에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보복 소음으로 인한 위해 수준이나 긴급성 등에 미루어 A씨의 수색행위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근거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보복소음이 거주자의 동의 없이 임의수색을 단행할 정도로 급박한 범죄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이 범죄수사시 압수, 수색을 위해서는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대원칙인 영장주의의 예외로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A씨 측은 임의수색에 대해 B씨의 동의를 얻었다고 진술했지만, A씨 본인의 주장 외에는 입증할 만한 증거도 마련되지 않았다.

인권위는 “A씨가 B씨의 주거지를 수색한 것은 헌법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을 위배해 헌법16조상 주거의 자유 및 평온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최근 층간소음 등 주거지에서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기 떄문에 강제 현장출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요건을 준수하되, 이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거주자의 명확한 동의를 받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절차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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