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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中 내에 시진핑 방해세력? "군부 큰그림, 블링컨 방문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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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군사적 긴장 이어가려는 PLA 독자 행동 가능성…중국 지도부 내 의사소통 시스템 문제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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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틀비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5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 바다에서 미국 해군 폭발물 처리반 소속 병사들이 중국 정찰 풍선의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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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1년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만나기 몇 시간 전 인민해방군(PLA)은 신형 J-20 스텔스 전투기 첫 시험 비행을 실시했다. 중요한 손님을 모셔놓고 무력 시위를 벌인 것이다. 게이츠는 후 주석에게 저의가 뭐냐고 물었지만 후 주석은 시험 비행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다. 중국 군부가 미·중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는 해석이 유력했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직전 터진 중국 정찰 풍선 사건이 12년 전 사건과 판박이라는 해석이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마오쩌둥 이후 최대 권력으로 일컬어지는 시진핑 국가주석조차 군부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는 의미다.

MIT 안보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 테일러 프러벨은 뉴욕타임스(NYT)에 "블링컨 방문이 임박한 시점에 중국 지도자가 풍선 경로를 알고 있었다면 미국행 풍선 비행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해석은 시진핑 주석 통제권이 온전히 통하지 않는 곳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또는 공산당 당대회 같은 대형 정치행사를 앞두고 사회 통제를 강화하는 중국 체제에서 미·중 간 해빙무드의 첫 단추를 끼울 기회 앞에 풍선 같은 돌발변수를 시 주석이 허용했다는 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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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 베이징에서 열린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20차 당 대회 정신 연구 토론반 개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새로 선출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들과 주요 관료들이 참석했다.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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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도 중국군 일부에서 블링컨 방문을 방해할 수 있겠냐는 ABC 방송 질문에 "분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방 세계는 코로나19 문제를 털어내는 데 성공한 시 주석이 지난 10년간 호전적인 외교에서 벗어나 서방과 긴장을 풀고 실용 외교로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길 희망한다고 여겨왔다. 프랑스 국제 라디오 방송(RFI)은 "이 바보 같은 풍선이 모든 걸 망쳤다"고 풍자했다. 일련의 정황이 미·중 간 갈등을 자양분으로 삼는 중국 군부의 독자적 행동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내 소통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2007년 사건과 유사하다. 제2포병 부대로 불리는 로켓군이 자국 위성 1기를 격추하는 미사일 실험에 성공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며칠간 논평을 거부했다. 계획적 침묵이 아닌 사실관계를 몰라서였다. 군부가 후진타오 주석에게만 직보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해석이든 큰 맥락은 군부의 힘이 여전히 정부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선임 객원연구원 드류 톰슨은 "중국 내에서 특정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국가 안보 조정 메커니즘이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것은 시스템 기능의 부재이며 이런 부류의 사건은 다시 일어날 것"이라며 "중대한 위기에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기 어렵다는 건 중국과 (서방간) 관계 개선에 나쁜 징조"라고 설명했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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