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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러시아 위성 ‘의문의 폭발’로 80여개 파편…우주 교통사고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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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2499’ 내부 폭발 추정

파편 완전 소멸하려면 수십년 예상

경향신문

2021년 우주 파편에 맞아 동체에 구멍이 뚫린 국제우주정거장(ISS) 로봇팔의 모습. 열을 막는 차폐막도 찢어졌다. 최근 러시아 위성에서 폭발이 발생해 다수의 우주 파편이 생겼다. 캐나다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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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014년 발사한 한 인공위성이 지구 궤도에서 갑자기 폭발해 동체 일부가 파괴됐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흩뿌려진 파편이 지구 궤도의 다른 인공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우주 교통사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과학매체 사이언스 얼럿 등은 9일(현지시간) 미 우주군의 발표를 인용해 지구 상공 1169㎞에서 러시아 위성 ‘코스모스 2499’가 파괴되면서 파편 85개가 지구 궤도로 흩뿌려졌다고 전했다.

미 우주군에 따르면 이번 파괴는 지난달 4일에 일어났다. 한 달 넘은 분석을 거쳐 미 우주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사실이 공개됐다.

코스모스 2499는 2014년 발사됐다. 발사와 운영 목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에선 타국 위성을 파괴하거나 자국 위성을 정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코스모스 2499는 변칙적인 기동을 해 미군이 꾸준히 관찰해 왔다. 러시아는 2014년에 이 위성이 평화적인 목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폭발 원인에 대해서 미 우주군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우주 파편 추적 기업인 ‘레오랩스’는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잠정 분석 결과, 코스모스 2499에서 ‘저강도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파편의 움직임과 속도 등을 확인한 결과다. 그러면서 위성의 추진 시스템이 폭발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날아든 물리적인 충격보다는 내부적인 문제 때문에 코스모스 2499가 부서졌을 공산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스모스 2499에서 나온 파편을 걱정해야 할까. 지상에서 사는 지구인이라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파편이 중력에 이끌려 낙하하더라도 대기권에서 마찰하며 불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파편이 지상을 위협하는 경우는 대개 인공위성이나 발사체의 동체가 통째로 떨어질 때에 한정된다.

진짜 문제는 ‘우주 교통사고’ 증가 가능성이다. 지구 궤도에는 이미 수많은 파편이 돌고 있다. 크기가 10㎝ 이상 되는 것만 추려도 3만6000여개다. 인간이 우주에 나간 1950년대부터 쌓인 것들이다.

버려진 인공위성이나 발사체가 만든 조각, 심지어 인간이 우주 유영 중 놓친 공구도 포함된다. 파편들이 지구 궤도를 도는 속도는 대략 초속 7㎞, 즉 총알 속도의 8배다. 가공할 속도가 만든 강력한 운동 에너지 때문에 주변 인공위성을 때릴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이런 파편이 코스모스 2499 폭발로 추가됐다.

과학계에선 특히 코스모스 2499의 파편이 흩뿌려진 고도가 1169㎞라는 데 주목한다. 많은 인공위성이 집중돼 있는 고도(200~2000㎞) 안에 자리잡고 있다. 레오랩스는 “고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파편이 대기권에 진입해 불타 사라지려면 수십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러시아 위성 폭발로 꽤 오랜 시간 인공위성 운영을 방해할 장애물이 생겼다는 뜻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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