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마루에서 만난 사람] 김승현 어베어 대표 “2000만원 수익의 파워셀러는 왜 이커머스 사업관리 솔루션을 만들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새해가 됐지만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시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에 입주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의 오늘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테크42

ⓒTech42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00조를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을 거치며 급성장한 이커머스 산업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대등하거나 넘어서는 상황까지 연출하고 있다. 급증한 수요 만큼이나 그 시장 안에서 활동하는 판매 사업자, 이른바 셀러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구매대행’에 뛰어드는 ‘N잡러(N-Job, 본업 외 여러가지 부업을 통해 추가 소득을 창출하는 사람을 의미)’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급성장한 이머커스 시장 규모에 걸맞지 않은 셀러들의 작업 방식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상품을 선정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상품을 등록하는 셀러의 업무는 유독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작업의 연속이다. 그 외에도 외국어가 포함된 상품 이미지를 국내 이커머스 사이트에 맞게 편집해야 하는 작업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과정을 셀러들 간에는 속칭 ‘노가다(일본어 ‘ど-かた’에서 비롯된 말로, 단조로운 작업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라 부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몇몇 셀러들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외국어 표기된 상품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달 쿠팡이 “상세페이지 내 상품정보 외국어 표기 시 판매를 제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와 같은 정책은 다른 오픈마켓 역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셀러들의 한숨이 늘어가는 상황이지만, 최근까지 뾰족한 대안은 없었다. 이커머스 산업이 커지며 적용된 자동화 마케팅·사업관리 솔루션은 사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유통기업이나 브랜드사를 주요 고객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마존, 네이버 등의 셀러로 활동하다 자신이 직접 개발한 솔루션으로 ‘셀러들이 겪는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겠다’고 결심한 이가 김승현 어베어 대표다. 월 2000만원 매출을 올리던 파워셀러는 무엇을 위해 창업가의 길을 선택했을까?

대기업 출신의 파워셀러가 스타트업에 뛰어든 이유는?

테크42

ⓒTech42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베어는 초기 이커머스 사업자를 위한 업무관리 솔루션 ‘윈들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드랍쉬핑’ 즉 해외구매대행을 하는 오픈마켓 셀러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어베어의 솔루션 ‘윈들리’가 주목되는 이유는 초기 스타트업 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사업화 속도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8월 창업한 어베어는 3개월만인 그해 11월 ‘윈들리’의 MVP(최소기능제품)을 선보였다. 이후 지난해 1월 공식 론칭된 윈들리는 이커머스 B2B(기업대상 비즈니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입소문이 나며 급속도로 고객사를 확보했다. 공식 론칭 1년여만인 현재 윈들리를 사용하는 고객사는 약 1만1000개에 달한다. 고무적인 것은 그 증가세가 여전히 빠르다는 것이다. 마루360에서 만난 김승현 대표는 “서비스 출시 3개월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어베어(Abear)는 ‘참다, 견디다’라는 의미의 옛 영어 단어에요. 보통은 ‘허슬링(Hustling)’한다는 말과도 연결되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고객을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인 거죠. ‘윈들리(Windly)’ 역시 마찬가지에요. ‘위닝(Winning)’과 ‘프렌들리(friendly)’를 합성한 단어로 ‘고객의 성공이 곧 저희의 성공이니, 고객의 성공을 돕겠다’는 의미를 담았죠.”

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게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난 이야기를 털어 놨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을 최우등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대기업 반도체 연구소 엔지니어로서 커리어를 쌓았다. B2B사업에도 관여해 PM 업무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VC(Venture Capital) 업계에 뛰어들어 2년여간 수백개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피는 경험을 쌓았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김 대표의 지난 시간들은 모두 창업을 위한 준비 과정처럼 여겨졌다. 그 스스로도 ‘경험주의자 성향이 강하다’고 했다. 해외구매대행 사업에 도전한 것도 그런 성향에 발동이 걸린 경우다.

테크42

ⓒTech42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유튜브에 재테크 채널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N잡러’ 열풍이 불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월 1000만원 이상을 벌 수 있다’는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왔고요. 정말 그것이 가능할까 싶었죠. 진짜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제가 직접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이를테면, 검증을 해보겠다는 심산으로 가볍게 시작한 해외직구 셀러의 일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소싱한 제품이 팔리는 것이 신기했고, 매출이 늘어나며 성취감도 생겼다. 급기야 월 매출액은 2000만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는 어느새 매출이 느는 것보다 오히려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 만족감을 담아 쓴 장문의 리뷰에 희열을 느끼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유통업에서 오는 성취감의 한계를 경험했다고 할까요? 어느 순간부터 제가 제공한 서비스나 재화를 통해 고객들이 가치를 느끼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 더 기쁘더군요. 그러면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전달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어디서부터 출발할까’ 생각해보니 제가 셀러를 하면서 느낀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B2B 솔루션을 개발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죠.”

혼자 쓰려 만든 솔루션, 뜻밖의 반응에 사업화 결심

흥미로운 점은 이미 창업을 결심할 당시 그에게는 ‘윈들리’의 초기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솔루션이 있었다는 점이다. 김 대표 스스로 셀러를 하며 전공을 살려 단순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혼자 쓰기 위해 만든 솔루션이었어요. 아는 분들에게 사용해보라고 드리는 정도였죠. 그런데 의외로 ‘쓰기 편하다’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래서 사업화가 가능할지 테스트할 겸 해서 예약금을 받고 클로즈드 베타 식으로 사용자를 모집해 봤죠. 100명 넘는 인원이 일주일만에 지원하더군요. 솔직히 돈까지 내면서 예약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라 예상했는데, 문의가 쇄도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거죠.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고민했어요.”

테크42

ⓒTech42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거 사이드 프로젝트를 함께한 멤버와 공동으로 어베어를 창업한 김 대표는 윈들리 MVP를 선보인 직후 유료화 테스트를 진행해 법인 설립과 동시에 매출을 발생시키는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창업 4개월만에 시드투자 유치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후 김 대표와 어베어 직원들은 윈들리를 고도화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김 대표는 “돌이켜보면 지난해는 SaaS 기반의 구독 서비스로서 윈들리의 기능을 강화하는 시간들이었다”며 어베어의 강점을 설명했다.

“보통 기술 창업을 하는 스타트업은 해당 업에 대한 경험이 있는 분이 개발자와 협업하거나, 기술을 가진 개발팀이 특정 분야에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죠. 첫 번째 방식은 급변하는 이머커스 솔루션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두 번째 방식은 UX(사용자경험)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많은 기능을 적용해 오히려 불편함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희 어베어의 경우는 저를 비롯한 윈들리 팀 대부분이 스스로 개발자이자 셀러로서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즉각적으로 고객이 경험하는 페인포인트를 바로 이해하면서 꼭 필요한 기능을 최적화해 제공할 수 있었죠”

10배 성장을 넘어선 성과, 고객감동을 만들어 낸 진정성

테크42

ⓒTech42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김 대표는 여러가지 기억에 남는 경험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팁스 선정을 비롯해 연초에 목표로 했던 MRR(월반복매출) 10배 성장을 넘어선 200배 이상의 성장을 달성한 것이다. 윈들리가 성과를 내며 원하는 인재로 팀도 구성 할 수 있었다. 윈들리의 기능을 고도화하는 과정 속에 몇몇 고객과는 진정성이 느껴지는 소통을 한 경험도 남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저희 고객인 사업자 분들이 3040세대가 주로 많아요. 더 연세가 있으신 5060세대도 있으시고요. 그 중에 제주도에 계신 40대 여성 셀러 분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다른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본업과 함께 해외구매대행을 시도하신 분이었죠. 문제는 컴퓨터 작업이 익숙지 않으셨다는 거죠. 우연히 윈들리를 접하고 ‘가이드도 보지 않고 눈에 보이는 대로 따라했는데 바로 등록이 되는 것이 신기하다’면서 연락을 주셨어요. 그렇게 연락이 된 후 수개월 간 필요한 사항이나 불편한 점에 대해 여쭤보기도 했는데 피드백을 정말 잘해 주셨죠. 저희도 바로바로 요청하신 기능을 추가해 드렸고요. 어느 날은 사무실에 고맙다며 한라봉 한 상자를 보내주시더군요. 저희로서는 당연한 고객 서비스라 극구 사양했지만 기어코 보내셨어요(웃음). 그때 저도 그렇고 팀원들도 굉장히 뿌듯함을 느꼈죠.”

기술 자신감을 바탕으로 초기 셀러 넘어 기업 고객의 마음도 사로잡을 것

테크42

ⓒTech42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모인 고객 의견을 소중히 반영하며 윈들리는 이제 해외구매대행 셀러를 넘어 이커머스 시장의 다양한 B2B 고객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는 준비에 돌입하고 있다. 무기는 기술력이다. AI(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윈들리는 그간 셀러가 각각의 개별 프로그램을 가지고 사실상 수작업으로 해야 했던 ▲상품 소싱 ▲상세페이지 제작 ▲상품 등록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향후 '빅데이터 기반의 상품 소싱' ‘주문 관리’ '물류 관리' 등의 기능을 강화해 이커머스 업계의 ERP 솔루션이 되는 것을 목표로 판매자가 힘겨워 하는 작업의 시작과 끝을 모두 해결할 것”이라며 윈들리의 특성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현재 윈들리는 커머스 사업의 앞단인 상품 소싱과 상세페이지 제작 기능 면에서는 상당히 고도화 돼 있어요. AI를 통해 이커머스 분야에서 자주 사용하는 전문 용어와 상품 이미지를 학습시키고, 자연스럽게 의역·합성이 되도록 하고 있죠. 향후에는 트렌드 분석과 수요/공급 분석을 통한 상품 추천, 주문 관리, 판매 이후 CS와 관련된 부분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이예요.”

데이터가 쌓일수록 AI 기능은 더욱 고도화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윈들리가 SaaS 방식으로 제공되는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향후 이러한 데이터는 시간이 갈수록 쌓이게 된다. 김 대표는 “충분한 유저 데이터가 쌓인 후에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상품 데이터 셋과 결합해 더욱 고도화된 엔진,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며 “상품 소싱부터 판매까지'셀러의 전 주기 데이터'를 확보해 나가는 회사는 드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터뷰를 끝낼 무렵, 문득 한 가지 질문이 더 떠올랐다. ‘안정적인 직장, 고수익의 파워셀러를 뒤로하고 창업을 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을까’. 밝은 미소와 함께 꺼내 놓는 답에 긍정의 기운이 가득 느껴졌다.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다만 힘들기는 했어요(웃음). 그래도 6개월 전, 1년 전을 떠올려보면 고생은 했지만 새롭게 배우고 느낀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힘듦이 있지만, 저와 저희 팀을 성장 시키는 '건강한 힘듦’이라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하고 있죠.”

테크42

ⓒTech42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황정호 기자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