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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택시요금 뛰자 빨라진 귀갓길…식당 "매출 30%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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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지하철로 서둘러 집으로…"밤에 택시 잘 안탄다"

택시할증 시작되는 밤 10시가 '러시아워'

연합뉴스

서울 강남대로에 '빈 차' 표시등 켠 택시가 신호 기다리는 모습
[촬영 이도흔 수습기자]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초저녁 '콜' 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어요. 퇴근 시간대 강남역에도 빈 택시가 많습니다. 심야시간엔 더 심해요."

택시 기사 이종혁(69)씨는 요즘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푸념했다.

이씨는 "손님들이 택시요금이 비싸다면서 회식도 줄여야겠다고들 한다"며 "밤 10시부터 새벽2시 사이 수입이 8만∼9만원대였는데 요금이 오른 뒤엔 7만원대로 줄었다"고 말했다.

택시를 '기피'한 손님들은 버스로 몰리는 듯 했다.

8일 오후 8시30분께 서울 강남역 5·6번 출구 사이 버스 정류장.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폭 2.5m 인도 전체를 가로지를 만큼 길게 늘어섰다.

정류장 앞에는 '빈 차' 표시등을 켠 택시 8대가 줄지어 지나갔지만 이 중 손을 들어 택시를 불러 세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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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광역버스 기다리는 시민들
[촬영 이도흔 수습기자]



작년 말 서울 택시요금 심야할증 확대에 이어 이달 1일부터 기본요금까지 4천800원으로 1천원 오르면서 귀갓길 풍경이 바뀌고 있다.

여의도 직장인 서지은(23)씨는 "집이 인천 송도라 막차가 끊기면 무조건 택시를 타야 한다. 오르기 전에도 5만원이 나왔는데 이제는 도저히 택시 탈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금이 오른 뒤에는 막차가 끊길 때까지 한 번도 술을 마신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도 일부러 저녁약속을 빨리 마무리했다고 한다.

서초구 한 식당 앞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56)씨는 "오늘이 택시 요금 오르고 첫 회식인데 빨리 끝내려고 오후 5시부터 시작했다"며 "아무리 늦어도 오후 11시는 안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직장 동료 정모(54)씨는 "이전에 강남역에서 수원까지 4만5천원정도였던 택시비가 어제는 6만원이 나왔다. 무조건 버스 타야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강남역에서 만난 직장인 박종현(30)씨는 "회식이 자율인 회사라 원래도 잘 참여를 안 했는데 (택시비가 많이 올라서) 앞으로는 더 안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밤 10시30분께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 앞에서 만난 직장인 장모(40)씨는 "지하철 끊기기 전에 얼른 가자"며 동료들을 보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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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역 광역환승센터 버스 대기 줄
[촬영 이도흔 수습기자]



심야 할증 적용 시간인 오후 10시를 넘어서자 택시 대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려는 사람으로 정류장과 지하철역이 붐비기 시작했다.

잠실역 광역환승센터에는 경기 남양주를 지나 가평으로 가는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50m 넘게 이어졌다.

버스를 기다리던 정상민(35)씨는 "막차를 안 놓치려고 마지막 소주 한 병은 빠르게 마셨다"며 "밤 11시부터 기본요금이 거의 7천원으로 올라 집까지 가면 3만원 넘게 나온다. 오늘 번 돈을 밥 먹고 택시 타면 다 쓰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스가 방금 떠나서 20분은 더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도 택시는 좀…"이라며 버스 도착 시간을 안내하는 스마트폰 앱을 계속 쳐다봤다.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이달 1일부터 3천800원에서 4천800원으로 1천원 올랐다. 이보다 앞서 작년 12월1일부터는 심야할증 시각이 자정에서 밤 10시로 2시간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오후 10∼11시 택시 기본요금은 두 달 사이 3천800원에서 5천800원으로, 오후 11∼12시는 6천700원으로 껑충 뛰었다.

광진구 건대입구역 풍경도 비슷했다. 먹자골목 맞은편 2번 출구는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려는 시민으로 붐볐으나 바로 옆에서 '빈 차' 표시등을 켠 택시 5대는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도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오후 10시21분께 건대입구역에서 택시를 잡아타자 기사 최모(64)씨는 밤 10시 이후 태운 승객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택시를 안 탄다. 어젯밤엔 손님을 하나도 못 태우고 돌아다니느니 차라리 연료비라도 아끼자는 생각에 밤 11시에 집에 들어갔다"고 하소연했다.

개인택시 기사 신현화(81)씨는 "요새 밤 10시 넘어 고속버스터미널이나 서울역에 가도 택시가 길게 서 있다. 손님이 50%는 줄어든 것 같다"며 "요금은 올랐지만, 손님이 줄어 더 어렵다"고 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는 이달 1∼7일 서울에서 중형택시 서비스 '타다 라이트' 호출을 이용한 건수가 일주일 전보다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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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택시들
[촬영 최윤선 수습기자]



택시요금 인상으로 울상을 짓는 이들은 비단 기사들만이 아니다. 늦은 밤 택시 타기를 꺼리면서 식당, 술집 등 자영업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성수역의 한 호프집 사장은 "원래 이 시간대엔 테이블 22개가 가득 차는데 오늘은 4개만 채워졌다"며 "사람들이 1차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종로구의 한 치킨집 사장도 "예전에는 새벽 1시는 넘어야 손님이 귀가하기 시작했는데 요즘엔 오후 11시면 싹 빠진다"며 "지난주 금요일은 그 전주보다 매출이 20%는 줄었다"고 전했다.

서초동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서성완(42)씨는 "이번 달 1∼7일 기준 매출이 480만원으로 설날 연휴가 낀 지난달보다도 30%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원래 밤 11시부터 손님 3분의 1이 몰릴 정도로 '피크타임'인데 요즘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 문을 닫을 순 없으니 결국 혼자 있다가 퇴근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논현역 인근 당구장 직원 황덕순(55)씨도 "오후 9∼10시 사이 통상 열팀 정도는 왔는데 이번 주 초에는 두팀 정도로 줄었다"고 전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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