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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기 신도시 시장들 “용적률 500% 과도···이주대책 없인 정비사업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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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지자체장, 원희룡과 간담회

“이미 주거 밀집도 높은 상황

교통 등 인프라 확충 쉽지 않아”

이주용 그린벨트 해제 제안도

경향신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익 부천시장, 이동환 고양시장, 원희룡 장관, 신상진 성남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하은호 군포시장.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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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7일 1기 신도시 재건축때 용적률 500%를 허용하는 등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지역생활 환경을 저해하고 각종 인프라 부족을 일으켜 ‘주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해당 지자체에서 제기됐다. 종상향을 통한 용적률 완화의 현실적 어려움과 특별정비구역 지정에 따른 지역 주민간 갈등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왔다. 지자체장들은 정비사업만큼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정부의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9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1기 신도시 지자체장 간담회’에 참석한 5개 시장들은 정부가 마련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법안을 보면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완화해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많이 부여해줘서 감사하지만 중요한 건 그렇게 됐을 때 지역이 갖고 있는 주거환경 특성상 인프라 확보가 어려운 지역도 많다”면서 “무작정 용적률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기 보다는 세대수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으면 인프라 확보가 완벽할 수 없는 만큼 (용적률 완화와 관련한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 특별법안을 보면 정비사업 대상인 노후계획도시 내에 대규모 광역교통시설 등 기반시설을 확충할 경우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종상향을 통해 용적률도 완화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2종 일반주거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 수준으로 상향하면 용적률이 300%까지 높아지고, 역세권 등 일부 지역은 최대 500%를 적용해 고층 건물을 짓는 게 가능하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과연 용적률 500%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기반시설은 부족한데 용적률만 올리는 게 주민의 삶의 질이나 복지에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부천이나 산본 등은 이미 밀집도가 높은 상태”라면서 “부천시는 ‘공간도 복지’로 보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번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서는 꼭 정비현장에서 ‘공간복지’가 실현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장들은 특히 이주대책이 보다 체계적으로 수립돼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성남은 구 원도심인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에 순환식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주단지를 조성해도, 이주단지에 입주한 세입자들이 ‘눌러앉아 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점점 들어갈 수 있는 세대수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분당 1기 신도시 재건축까지 진행하면 이주단지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시장은 “만약 이주단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비사업에 큰 제약이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성남 내 개발제한구역을 비롯해 보존가치가 낮은 녹지지역의 개발제한을 풀어 이주단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국토부에 제안했다.

경향신문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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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호 안양시장은 “안양이나 군포는 가용부지가 전무해 이주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사업을 허가했을 때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나가 있어야 할 입주자 전세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큰 틀에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재건축에 따른 초과이익 환수범위와 공공기여 범위, 이주대상 주민들의 금융지원 등도 세부적으로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고 밝혔다. 또 특별정비구역 지정 과정에서 지정된 구역과 지정받지 못한 구역 간 주민 갈등 문제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이번 정부 발표로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 중에는 혼란이 빚어지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려졌다. 정부가 파격적인 용적률 완화방안을 제시하자 재건축 사업성이 다시 생길 수 있다며 리모델링을 철회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분당과 평촌은 리모델링이 활성화돼서 이미 시행 중인 곳도 많고, 안양은 전체 53개 단지 중 28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발표로 주민들의 갈등과 혼란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인데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 조합원들 중에는 벌써 리모델링을 철회하겠다는 의견을 내는 분도 계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동일선상에 놓고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에 보다 더 많은 규제완화 및 혜택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자체장들의 우려와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별법은 무엇을 못한다, 하면 안 된다는 규제적 관점보다는 그동안의 제도가 ‘몸의 성장을 막기 위한 틀’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공통의 기반들을 보장하고,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접근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 2월 22일자 (https://stib.ee/2H57)에 소개되었습니다. 1기 신도시 이슈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뉴스레터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매주 화~금요일 점선면을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 (https://url.kr/jhqy7k)에서 구독을 신청해 주세요.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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