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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터뷰] 5년 만에 빅리거 꿈 이룬 배지환 "ML에 이름 남겨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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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힘들었지만 배운 것 많아…야구는 마라톤"

"최지만형과 한솥밥 기대…태극마크도 달고 싶다"

뉴스1

메이저리거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이 8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미혼모 생활시설 애란원을 찾아 기부 물품을 전달한 뒤 뉴스1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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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22년 9월24일. 역대 26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탄생했다. 2018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했던 배지환(24·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자신의 꿈을 이룬 날이었다.

지난 8일 뉴스1과 만난 배지환은 "잊을 수 없는 날"이라고 돌아봤다. 특히 콜업 소식에 먼 길을 한 걸음에 달려온 부모님 앞에서 데뷔전을 치른 것이 뭉클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감격은 잠시일 뿐. 메이저리그 데뷔라는 '첫 목표'를 이룬 배지환은 또 다시 다음을 향해 달려가겠다는 포부다. 그는 "고대하던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는데 기왕이면 내 이름을 남겨놓고 싶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배지환에게도 마이너리그 생활은 쉽지 않았다. 비좁고 낙후된 버스에 몸을 싣고 17시간을 이동하고, 낯선 환경에서 낯선 이들과 야구를 하는 것까지 모든 일에 적응이 필요했다.

배지환은 그래도 긍정적이었다. 그는 "어차피 운동은 어디서 해도 힘들다. 부딪혀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생활 적응도 잘 해냈다"면서 "버스같은 환경도 단계를 밟아갈수록 조금씩 좋아지더라"며 웃어보였다.

배지환이 실력을 가다듬은 기간동안 동갑내기인 강백호(KT 위즈),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등은 국내 무대에서 승승장구했다. 가파른 연봉 상승과 높은 인기까지, 마이너리그 생활과는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배지환에게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빠르게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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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배지환(24·피츠버그 파이어리츠).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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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으로 온 게 실력을 키우는 데 더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면서 "KBO리그에선 '용병'이라 할 수 있는 외국 투수들의 강속구도 많이 접해봤고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도 알았다. 배운 게 많은 5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구는 어차피 마라톤 같은 장기 레이스라고 생각한다. KBO리그에 있는 친구들과의 비교는 아직 이르다. 그저 서로 잘 되길 응원할 뿐"이라며 성숙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확장 엔트리와 함께 '콜업'된 배지환은 총 10경기를 뛰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배지환은 10경기에서 11안타에 2루타 3개, 5득점 6타점 3도루 등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음 시즌을 기대할만한 성공적인 데뷔였다.

배지환 스스로도 "나름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충분히 해 볼만하다는 자신감도 얻었고, 살아남기 위한 방향성도 확고해졌다. 의미있는 10경기였다"고 말했다.

배지환은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이 최대 장점인 선수다. 앞서 메이저리그를 밟은 최희섭, 추신수, 강정호, 최지만처럼 많은 홈런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마이너리그 더블A 무대부터 장타도 서서히 늘려가고 있다.

그는 "어차피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있어선 안 된다"면서 "기존의 내 장점을 살리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완벽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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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이 8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미혼모 생활시설 애란원을 찾아 기부 물품을 전달한 뒤 뉴스1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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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능력도 배지환만의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고교 시절 유격수와 2루수를 주로 소화했던 그는 미국 진출 이후 외야 수비를 배워 빠르게 성장시켰다. 지난해 뛴 10경기에서도 2루수로 4경기, 중견수로 5경기, 좌익수로 한 경기를 뛰었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로스터에서 활용도가 높고, 당장 주전이 아니더라도 어디든 빈 자리가 발생하면 메울 수 있는 자원이니 쓰임새가 많다.

배지환도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일단 많이 기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내, 외야 수비가 다 된다는 점은 장점이 될 것 같다. 어느 포지션으로 나가도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줘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효준(27·애틀랜타 브레이브스)과 함께 뛰었던 배지환은 올해는 또 다른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최지만(32)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같은 팀이 된 것은 처음이지만 이미 스프링캠프 등에서 만나 친분을 쌓았다. '베테랑' 최지만의 존재는 이제 2년차에 불과한 배지환에게는 또 다른 힘이 될 터다.

배지환은 "형이 트레이드 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연락을 했다. 공 좀 잘 잡아달라고 부탁했다"면서 "같이 있으면 지만이형이 밥도 많이 사주실 것 같아서 마음도 편하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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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거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이 8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미혼모 생활시설 애란원을 찾아 기부 물품을 전달한 뒤 직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2023.2.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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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루키' 심준석(19)이 피츠버그에 새롭게 합류한 것도 의미있다. 심준석은 올해 피츠버그 마이너리그에서 배지환이 걸어왔던 길을 따른다.

배지환은 "메이저리그에서 해외 선수는 즉시 전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졌는데, (심)준석이가 온 것에 내가 아주 조금은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어 뿌듯함도 있다"면서 "이미 기량을 인정받고 왔기 때문에 알아서 잘 하리라 믿지만, 미국 생활 등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언제든 물어봤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이제 막 빅리그에 발을 들여놓은 배지환의 첫 번째 목표는 '생존'이다. 일단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남아서 끝없이 경쟁하고 주전 자리를 따내고 자리를 잡아야한다.

그는 "피츠버그가 리빌딩 팀이라 젊은 선수들에게 유리하다는 말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면서 "위닝팀이 유명 선수 한 두 명과 경쟁한다면, 리빌딩 팀은 유망주 10명과 경쟁해야한다. 어디에 있든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할 몫"이라고 말했다.

다음 목표가 있다면 '국가대표'다. 다음달 열리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는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를 누비고 싶다는 포부다.

배지환은 "해외에 오래 있으면 애국심, 긍지가 더 커지게 되더라"면서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자리 잡고 경쟁력을 갖춘다면 자연스럽게 불러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미소지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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