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매몰자 파악도 못한 채 ‘골든 타임’ 지나…이미 1만2천명 사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

‘초기 72시간’ 골든타임 지나도록 매몰자 집계 안 돼

튀르키예 중부·시리아 분쟁지 주민 “희망 없다” 탄식


한겨레

튀르키예 남중부 내륙 지역 엘비스탄에서 8일(현지시각) 주민들과 구조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밤샘 생존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엘비스탄/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첫 지진 발생 이후 68시간 지난 시점에 1만2천명을 넘어섰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다. 생존자 구조에 결정적인 ‘초기 72시간’(이른바 골든타임)이 거의 지났지만, 건물 잔해에 깔린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아 추가 생존자 구조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8일 한밤(현지시각)까지 두 나라에서 지진으로 숨진 이가 1만2천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9057명, 시리아 2992명으로 6일 오전 4시17분께 첫 지진이 발생한 이후 전체 사망자는 1만2049명으로 늘었다. 통신은 이번 강진이 21세기 들어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사망자 1만8500명)에 이어 8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지진으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동일본 대지진 때는 지진으로 인한 직접 피해보다 지진해일(쓰나미)로 인한 타격이 더 컸다.

생존자 구조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초기 72시간이 임박하면서 추가 생존자 구조 희망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의 자연재해 전문가 스티븐 고드비는 “생존율이 24시간 안에는 평균 74%인 반면 72시간이 지나면 22%로 떨어지고 5일이 지나면 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진 피해가 특히 큰 지역의 상황은 여전히 혼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튀르키예 남중부 내륙 도시 말라티아에서 구조를 돕고 있는 전직 언론인 오젤 피칼은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지면서 잔해 속에 갇힌 생존자들이 동사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에이피>와 전화 통화에서 “오늘로서 말라티아에는 희망이 없다. 잔해에서 살아서 구조되는 이들이 더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추위 때문에 수작업으로 건물 잔해를 치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에서는 수습된 주검들이 담요에 덮힌 채 바닥에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시리아 상황도 나을 게 없다. 내전으로 폐허가 된 데다 지진까지 겹친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는 주민들이 공포 속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현지 주민 호비그 셰리안(24)은 “내전 중에는 전투를 피해 이곳저곳으로 피란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지진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우리가 모두 죽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지진으로 집을 잃었고 무너지지 않은 집도 붕괴 우려 때문에 주민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여성, 아이 등 800여명이 임시로 머물고 있는 기독교 수도원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집에 들어가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차에서 잠을 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국영 통신은 지금까지 모두 29만8천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고,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대피소 180곳이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초기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튀르키예에선 레제프 타이이프 대통령이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날 남부 카라만마라스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며 “우리(의 대응)는 이제 더 나아졌고, 내일은 더 잘 할 것이다. 여전히 연료(공급)에 문제가 있지만 이 또한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일본 온천여행 떠났다가 3명 숨져… ‘히트쇼크’ 뭐길래
▶▶한국인의 주식이 고기로 바뀌었다▶▶마음 따뜻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