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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3만8390득점... 르브론 제임스, 39세에 진정한 ‘킹’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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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3만8390점, NBA 통산득점 1위… 39년만에 압둘자바 넘어

조선일보

LA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가 8일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전에서 NBA 통산 득점 기록 1위에 올라서는 득점에 성공한 뒤 두 팔을 벌려 기뻐하고 있다.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도 역사적인 순간을 환호로 맞이했다. 이 득점 이후 경기가 잠시 중단된 뒤, 제임스의 가족과 애덤 실버 NBA 커미셔너 등이 그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이날로 통산 3만8390점을 쌓은 제임스는 이제 전무후무한 4만점 고지를 바라본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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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거리슛이 취약함. 드리블을 하다가 바로 슛을 못 함.’

미 프로농구(NBA) 스카우트들이 2003년 당시 데뷔를 앞둔 르브론 제임스(39·LA레이커스)에 대한 약점을 적어 놓은 내용이다. ‘자유투 라인에서 힘들어함’ ‘덩치가 큰데도 포스트업(수비수를 등지고 밀어붙이는 드리블)을 못 함’ 등 득점 기술에 대한 혹평이 가득했다.

19년의 시간이 지난 뒤, 제임스는 8일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와의 홈 경기에서 3쿼터 종료 10초를 남기고 안정적인 포스트업으로 수비수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자유투 라인 부근에서 드리블과 함께 한 발짝 뒤로 물러나더니 바로 중거리슛을 쐈다.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면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제임스의 NBA 통산 3만8388점째 득점. 제임스가 19년 전 약점으로 평가받았던 모든 기술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현재 그가 속한 레이커스의 전설 중 하나인 카림 압둘자바를 제치고 통산 득점 1위에 오르는 장면이었다.

◇약점 고치며 새 역사 쓰다

어린 르브론 제임스는 득점 기술이 부족했다. 큰 몸으로 빠르고 높게 뛸 수 있었지만, 부자연스러운 점프슛과 드리블 탓에 림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점수를 내지 못했다. 상대가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쉽사리 슛을 시도하지 못할 정도였다. 신인 시절 함께 뛰었던 드류 구든(42·은퇴)은 “그때 제임스가 NBA 통산 득점 1위에 오를 거라고 했으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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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네가 왕이다" 전설이 킹에게 - LA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오른쪽)가 8일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전에서 NBA 통산 득점 기록 1위에 올랐다. 종전 NBA 통산 득점 1위였던 카림 압둘자바가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은 제임스에게 농구공을 전달하며 축하하고 있다. 둘 다 LA레이커스의 전설이다. 이날로 통산 3만8390점을 쌓은 제임스는 이제 전무후무한 4만점 고지를 바라본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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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득점 기술 탓에 제임스는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모인 미국 대표팀에서 코비 브라이언트(2020년 사망)에게 집요하게 점프슛에 대해 물으면서 그의 기술을 베꼈다. 2010년엔 유려한 포스트업으로 유명했던 90년대 센터 하킴 올라주원(60·은퇴)에게 수강료를 내고 직접 수업을 받았다. 그때 당시에만 해도 뻣뻣해 보였지만, 제임스는 경기마다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배워나갔다.

피나는 노력 끝에 2012년 첫 우승을 차지했고,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 2016년엔 누구도 제임스가 득점 기술이 빈곤하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그렇게 제임스는 운동 능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 39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최정상 득점력을 유지한 끝에 통산 득점 1위에 오르는 ‘인간 승리’를 보여줬다.

◇”가족 없었다면 불가능”

이날 경기는 플레이오프를 방불케 했다. 1쿼터부터 거의 모든 팬이 서서 경기를 봤고, 제임스가 점수를 쌓아갈 때마다 함성이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제임스가 기록을 경신하는 득점을 넣자 구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가 이어졌다. 제임스는 기쁨을 감출 수 없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두 팔을 들고 활짝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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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잠시 멈춘 사이 1984년 기록을 세웠던 직전 1위 카림 압둘자바(76·3만8387점)가 코트에 나와 제임스를 직접 안아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제임스는 “NBA 역사를 읽을 때 이 기록에 손이 닿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면서 “가족, 친구들, 어머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울먹였다.

앞으로 제임스가 한 골씩 넣을 때마다 그 자체로 신기록이 된다. 이날 38점을 넣으며 통산 3만8390점으로 경기를 마친 제임스는 이제 전대미문의 통산 4만 득점으로 향한다. 남은 점수는 1610점. 큰 부상만 없다면 다음 시즌에도 도달할 수 있는 이정표다.

하지만 레이커스는 이날 130대133으로 패배하며 서부 콘퍼런스 13위(25승30패)에 머물렀다. 레이커스는 제임스의 활약에도 골 밑 자원 앤서니 데이비스(30)의 잔부상 탓에 성적이 좋지 않다. 제임스는 최근 브루클린 네츠에서 댈러스 매버릭스로 팀을 옮긴 카이리 어빙(31)을 데려오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팀 전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데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했다. 통산 득점왕에 오른 순간에도 우승에 대한 집념을 감추지 못했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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