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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타 스캔들’ 정경호, 귀납적 추론 끝 각성..“전도연은 운명!” [김재동의 나무와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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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인연이 운명이 되는 귀납적 추론.’

지난 5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 챕터 8의 소제목이다.

귀납적 추론이란 “소크라테스는 죽었다. 공자도 죽었다. 홍길동도 죽었다. 고로 인간은 죽는다!”와 같이 개별적인 사실들로부터 일반적인 원리를 이끌어 내는 추론방식을 말한다.

이같은 귀납적 추론의 사고 과정을 보면 ①문제 이해 및 자료 수집-②규칙성 추측-③규칙성 확인-④일반화 및 문제해결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최치열(정경호 분)과 남행순(전도연 분)의 인연이 운명이 됨을 귀납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위의 사고 과정을 거쳐보자. 다만 문제가 최치열에서부터 시작되니 최치열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아울러 둘 만의 문제이므로 일반화까지는 필요 없고 둘 만의 납득 정도면 문제는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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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먼저 최치열의 문제를 이해 하자면 섭식 장애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스태프인 지동희(신재하 분)가 이것 저것 들이밀며 먹을 만한 무언가를 찾는다. 자료 수집 과정이다. 하지만 치열은 대부분 꾸역꾸역 넘기다 토하고 말기 십상이다. 그러다 우연히 ‘남행선표 도시락’을 건넸더니 잘 먹는다. 혀-식도-위장까지 매끄럽게 넘어간다.

② ‘혹시 남행선표 도시락이면 섭식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것 아닌가’하는 규칙성이 추측된다. 이 단계까지 오도록 치열과 행선은 서브 스토리를 통해 각각을 ‘가릴 줄 모르는 무대뽀 아줌마’-‘뻔뻔한 핸드폰 도둑’ 정도로 질색해 한다.

③ 이 규칙성을 확인하기 위해 최치열은 변장하고 먹어보고, 학원 강사로 가르치며 먹어보고, 급기야 과외해 주며 먹어봤다. 한 치 오차없이 제대로 작동한다. 규칙성이 확인됐다. 여기까지 오도록 두 사람은 서브 스토리를 통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도 시나브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즉 남행선 눈에 최치열은 여전히 재수는 없지만 정의롭고, 선 긋는 척은 하지만 허당끼 다분한 츤데레에, 연약하기까지 해 보호 본능마저 일으키는 ‘우리 치열쌤’이 되었고, 최치열 눈에 남행선은 미슐랭 쓰리스타 이상의 셰프에, 자폐스펙트럼 동생까지 살뜰히 거두는 다정함을 품고 있고, 적당할 줄 모르는 오지랖마저 싫지 않은 아줌마였다가, 갑자기 심장 고동을 재촉하는 ‘여자’가 되었다.

④규칙성 확인까지 끝났으니 이제 일반화 대신 최치열의 납득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리고 그 실타래는 한밤의 환장 족구서부터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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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치열은 넘어지며 손목 부상을 당했고 그 부상을 돌보자고 다가온 남행선에게서 불쑥 ‘여자’를 느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치열은 부정했다. 하지만 불수의근 심장은 “내가 어떻게 유부녀에게..”란 치열의 절규따윈 아랑곳없이 행선에게 반응했다.

그리고 손목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남행선을 따라 한의원을 찾아 나선 길. 익숙한 동네에서 치열은 ‘돈오(頓悟)’의 순간을 맞이한다.

이제는 해장국집이 된 옛 ‘선이네 고시식당’이 행선의 어머니 장순이(김미경 분) 여사가 생전 운영하던 곳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이었다.

선이네 고시식당! 그 곳은 치열에게 고향이었고, 장여사는 어머니 같은 은인이었다. 설 명절 연휴, 고시원을 나선 치열이 처음 방문했을 때 묵묵히 전까지 내주던 장여사다. 고맙게 잘 먹고 계산할 때 돈이 모자라 난감한 순간을 “우리 집 단골하면 되겠네”란 말로 퉁쳐 준 장여사다.

항상 백반만 시켜 먹지만 ‘고기가 남아서!’라며 제육접시를 디밀고, ‘좀 탔네 먹어 없애버려!’라며 생선구이도 얹어주고, 단골 특전이라며 식권도 몇 장씩 쥐어 주던 장여사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열렸던 해였다. 추석 전주로 기억한다. 식권도 다 떨어져 터덜터덜 지나치던 치열을 “누가 식권 달래?”라며 등 두들겨 끌고 들어와 예의 ‘뜨신 밥’을 먹인 장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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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치열은 장여사의 온정에 눈물 짓느라 못봤지만 국대 합숙에서 마침 나온 남행선이 국 한 그릇을 치열에게 서빙했다. 그리고 그날 장순이 여사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고 한다.

“이제야 알겠다. 왜 저 여자의 음식에 반응했는지, 눈물이 났는지, 왜 이렇게 저여자에게, 그 식구들에게 자꾸 마음이 갔는지!”

그렇게 치열의 문제가 해결됐다. 행선의 경우는 좀 더 드라마가 진행돼야 문제해결에 이르겠지만 적어도 치열에게 행선과의 인연이 운명임은 귀납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치열 스스로도 제 입으로 말한다. “12년 전엔 노량진에서, 지금은 녹은로에서 내 끼니를 해결해 주고 있잖아. 모녀가. 그게 가능한 일이냐?” (운명이야!)

“그러니까 결국 교감신경이 문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끌린 거지!”(운명이야!)

듣는 지동희만 ‘뭔 소리야?’ 싶어할 때 운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도 밝힌다. “나 결초보은 해야겠어!”

그렇게 귀납적 추론을 성공적으로 마친 치열의 행보엔 거침이 없다. 국가대표 반찬가게가 임대해 있는 건물도 사들여 임대료를 반값으로 줄여주고, 건물 세입 세대마다 에어컨도 놔주고, 행선네 가족들과는 고급호텔 레스토랑 파티도 한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행선의 비명에, 비싸다는 소개팅녀 홍혜연(배윤경 분)의 리사이틀 공연장도 서슴없이 박차고 나선다. 남재우(오의식 분) 옷소매가 닭 양념에 묻을 듯 싶으면 그 소매를 걷어 주기도 한다. 남행선을 향해선 김영주(이봉련 분) 표현 ‘멜로멜로한 눈깔’이 되었고, 남재우와 남해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가족가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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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치열과 남행선이 재활용 쓰레기를 함께 버리려는 순간, 또 남행선이 단도직입적으로 최치열의 감정을 확인하려는 순간, 두 사람에 쏟아지는 헤드라이트 불빛. 치열의 과외를 확신한 조수희(김선영 분)를 비롯한 일군의 엄마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렇게 최치열의 각성으로 드라마 전반부가 끝났다. 후반부의 최치열은 여전히 거침없을 기세고, 치열에 비해 진도가 처진 남행선과의 2인 3각이 때론 불협화음도 만들 전망이다.

그리고 행선마저 운명이 된 치열과의 인연에 대한 귀납적 추론을 마쳤을 때, 이 한 쌍의 바퀴벌레(징그럽다는 뜻 아님)는 또 어떤 사연을 만들어 갈 지 자못 궁금하고 기대된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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