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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튀르키예 사망자 1만1200명…부서진 가구 태워 몸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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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가진 건 장작 뿐입니다.”

대지진으로 터전을 잃고 추위에 내몰린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의 주민들은 부서진 가구를 불태워 겨우 몸을 녹이고 있다.

네 자녀를 둔 네세트 굴러는 "우린 물도 음식도 없이 기다리고 있다"며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여진으로 인한 추가 붕괴가 두려워 남은 건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사흘째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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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에서 강진으로 인해 무너진 건물.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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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아다나에선 주민들이 담요를 두른 채 추위에 떨며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지내고 있다. 또 다른 지역에선 차 안에서 생활하거나 식료품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8일(현지시간) BBC·가디언 등이 전한 튀르키예 이재민들의 참혹한 상황이다.

튀르키예 당국에 따르면 이번 대지진으로 지금까지 발생한 이재민은 약 1350만 명(전체 인구의 약 16%)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국의 재난관리기구 태평양재난센터(PDC)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튀르키예의 이재민이 23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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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강진 피해를 입은 한 여성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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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당국은 현재 이재민 중 38만 명가량이 정부가 제공한 임시 숙소 등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워낙 커 이재민들은 거처와 생필품 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엔 전기와 가스도 끊겼다고 한다. 국제적십자연맹은 튀르키예에서 약 6000채의 건물이 파괴됐으며 이로 인해 최소 15만 명이 집을 잃었다고 추산했다.


지난 6일 대지진이 덮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사망자는 8일 1만1200명을 넘어섰다. WHO는 "다음 주에 사상자 수가 급격히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10개 주에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사상 최대의 재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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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7일(현지시간) 수색과 구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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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당국은 지진 피해 현장에 구조 인력 총 6만여 명을 투입했으며, 지금까지 붕괴된 건물 잔해에서 8000여 명이 구조됐다.

그러나 도로 등이 대거 파손된 데다 혹한까지 겹쳐 구조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채 구조를 기다리는 생존자들을 구해낼 인력과 장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주민들은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필사적으로 생존자를 찾고 있다고도 전했다. 일부 주민들은 당국의 대응이 느리고 부족하다며 절망하고 있다. 말타야의 주민 무라트 알리나크는 "여기에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눈이 내리는데 우린 집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고 한탄했다.

오랜 내전 중인 시리아는 장비도 충분하지 않고, 구호물자가 전달되던 도로마저 파괴돼 구조·구호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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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는 빠른 구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매분, 매시간이 지나면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65개국에서 구조 인력 3200여 명을 지진 피해 현장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각각 79명으로 구성된 2개의 수색·구조팀을 보냈다. 독일은 구조대원 40여 명을 보냈으며, 스페인은 튀르키예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할 야전병원을 세울 계획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가입 절차가 진행 중인 핀란드·스웨덴을 포함한 20여 개 나토 회원국과 파트너국에서 1400명 이상의 긴급 대응 인력을 튀르키예 피해 현장에 급파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시리아의 수색과 구조 활동을 위해 약 300명으로 구성된 러시아군 10개 부대를 지원했다. 118명으로 구성된 한국의 긴급구호대는 8일 튀르키예 현지에 도착했다. 단일 파견으로 역대 최대인 구호대는 피해 지역에서 수색·구조 활동을 전개한다. 멕시코·그리스·독일·폴란드 등은 튀르키예 현장에 구조대원과 함께 수색 구조견을 파견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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