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AI + 검색'으로 전선 확대···점유율 3% 빙, 93% 구글에 반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챗GPT發 AI경쟁 격화]

MS, AI 검색엔진 '빙' 공개

"검색의 새 날" 선언하며 선전포고

화물 적재 크기·여행코스 등 조언

검색창 대신 대화상자로 척척 대답

업계 "빅테크 AI전쟁에 첫 활시위"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색의 새날이 밝았습니다.”(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장착한 검색 엔진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93%인 구글의 아성에 정면 승부를 걸었다. 20년 넘게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아성에 가려져 있던 MS 검색 엔진 ‘빙(Bing)’이 오픈AI의 챗GPT를 지렛대 삼은 ‘새 판 짜기’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빅테크의 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7일(현지 시간) MS는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미디어 이벤트를 열고 오픈AI의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을 탑재한 검색 엔진 ‘빙’의 새 버전과 브라우저 엣지를 공개했다.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AI를 탑재한 빙은 사람들이 검색 서비스로부터 기대하는 것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며 “구글이 검색 시장을 지배해왔지만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 기술과 함께 새로운 레이싱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용자들이 선택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오랜 구글 우위 시장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MS가 내세운 것은 유사성이 높은 정보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빠른 검색 결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빙 새 버전에는 얇은 검색창 대신 대화 상자가 메인 화면에 자리했다. ‘나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쓰여 있는 대화 상자에는 최대 1000바이트의 질문을 입력할 수 있다. MS가 시연에서 “이케아에서 파는 ‘클리판 러브시트’ 소파를 2019년형 혼다 오딧세이 모델에 실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대화 상자에 입력하자 챗봇이 소파의 폭과 길이, 해당 차량의 트렁크 너비를 제시하며 “두 번째와 세 번째 열의 좌석을 접으면 소파를 실을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밖에 멕시코까지 5일간의 여행 코스를 짜달라거나 동물과 바다를 좋아하는 8세 아이 제이크를 위해 시를 써달라는 요청에도 척척 답을 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에는 오픈AI의 최신 대규모 언어 모델인 GPT3.5를 빙의 특성에 맞춰 업데이트한 모델이 활용됐다. MS는 이를 인간 세상에 불을 가져다 준 신의 이름을 따 ‘프로메테우스 모델’이라고 칭했다. 챗GPT와 다른 점은 최신 정보까지 취합해 답변을 할 수 있어 주식이나 날씨 등에 관한 질문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를 탑재한 검색 엔진은 빅테크의 새로운 격전지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다. 전날 구글은 오픈AI의 챗GPT 열풍에 내부적으로 ‘코드 레드’를 발령한 지 40여 일 만에 자사의 초거대 언어 모델 ‘람다(LaMDA)’로 작동하는 AI 서비스 ‘바드(Bard)’를 공개했다. 구글은 바드뿐만 아니라 5400억 개의 매개변수를 활용해 전 세계의 농담을 분석하는 일 등에 쓰이는 초거대 AI ‘PaLM’ 등 선진 AI 기술을 구글 검색 서비스에 도입할 예정이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이 자리에서 “구글링을 할 때 사실에 입각한 대답을 내놓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제 이용자에게 통찰력이나 조언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피아노와 기타 중에 더 배우기 쉬운 악기가 무엇인지, 연주를 잘하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등 선택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을 향한 MS의 선전포고를 두고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빅테크의 AI 전쟁에 MS가 첫 활시위를 겨눈 상황”이라고 평가하며 구글 검색 서비스의 압도적인 우위에 균열을 낼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3%에 달한다. 빙은 구글에 이어 2위지만 점유율 3%에 불과하다. MS는 1990년대 말 처음 MSN 서치를 출시했을 때부터 구글을 상대로 검색 엔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노력했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생성형 AI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운 이번 도전은 전과 다른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성장세를 보이는 검색 광고 부문 매출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MS의 지난해 검색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늘어난 115억 9000만 달러(약 14조 원)를 기록한 바 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시에 MS는 자체 브라우저 엣지에 사이드바 형태로 작문과 요약 기능을 도입했다. 특히 작문 기능은 특정 주제로 단락, e메일, 블로그 포스팅 등의 글의 초안을 만들어준다. 문체도 정보 전달용부터 열정적, 유머러스한 글 등의 선택지 중에서 고를 수 있게 했다. 재무제표나 긴 논문 내용도 AI가 요구에 따라 요약해준다. 나델라 CEO는 “우리의 일을 더 잘하게 만들고 힘든 일을 줄일 수 있게 해주는 생산성 도구가 필요하다”며 “생성형AI는 모든 소프트웨어 카테고리를 재편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MS는 이 서비스를 자체 브라우저 엣지에 한정시키지 않고 외부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서프 메디 MS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우리의 목표는 이 서비스를 엣지를 시작으로 구글 크롬 등 모든 브라우저로 가져가는 것”이라며 야심 찬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날 MS 주가는 4.2% 상승하며 마감했다. 전날 바드 출시를 발표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가도 4.6% 올랐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