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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수만, SM 경영진에 반격…“현 공동대표 연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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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3.0’과 라이크기획으로 갈등 점화

카카오, 2대 주주 발표…경영권 분쟁 이어질 듯


한겨레

이수만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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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연예기획사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가 설립자이자 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이하 이수만) 퇴진을 결정하고 일부 지분을 카카오에 매각하자 이수만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이수만 쪽 에스엠 핵심 관계자는 8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성수·탁영준 에스엠 공동대표들이 얼라인과 합의해 연임을 보장받는 대신 얼라인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로 한 걸로 알고 있다”며 “이수만 프로듀서로서는 현 공동대표의 연임을 반대하고 이를 위해 주주 권리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에스엠은 긴급한 자금조달 등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신주 또는 전환사채의 3자 배정을 허용하고 있다”며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동대표 이사들이 주도하는 에스엠 이사회의 결정은 상법과 정관에 위반된다”고도 했다.

앞서 카카오는 7일 에스엠 지분 9.05%(약 2171억원)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고 공시했다. 에스엠이 발행한 123만주의 신주와 전환사채 114만주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에스엠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에스엠과 카카오는 2021년 5월부터 이어져 온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을 ‘해피엔딩’으로 끝맺었다”며 “두 회사는 앞으로 케이팝 아티스트 기획,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 다각적 사업을 통해 ‘에스엠 3.0’ 시대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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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왼쪽)·탁영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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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피엔딩’이 ‘새드엔딩’으로 바뀔 위기에 놓였다. 이날 이수만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가처분을 통해 에스엠 이사회의 불법적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것이며,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체류 중이던 이수만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급거 귀국했다. 국외에서 팔 부상을 입어 귀국 뒤 서울의 한 병원으로 바로 이동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에스엠이 지난 3일 내놓은 ‘에스엠 3.0’이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에스엠이 이수만의 독점 프로듀싱 체제에서 벗어나 5개 제작센터와 내·외부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는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자 에스엠 소속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은 5일 에스엠 전 직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이 안을 맹비난했다. 김민종은 전자우편에서 “저를 비롯한 에스엠 아티스트 활동에는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과 감각적 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는 이수만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서 비롯됐다. 이수만은 1995년 에스엠을 세운 이래 27년 동안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회사를 이끌어왔다. 2010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는 에스엠에서 임금을 받지 않았다. 대신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싱 수수료 명목으로 에스엠 매출의 6%를 가져갔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에스엠에서 받은 수수료는 1600억원이었다.

이에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은 에스엠에 체계 개편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결국 에스엠 이사진은 얼라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라이크기획과 맺은 계약을 해지하고 ‘에스엠 3.0’을 내놓았다.

이런 과정에서 이수만은 대주주인 자신과 조율을 거치지 않은 점에 분노하고 있다. 게다가 아티스트 육성에서 데뷔, 곡 선정, 헤어스타일까지 그동안 라이크기획을 통해 주도해온 이수만의 활동은 제약될 수밖에 없다.

이성수 공동대표는 이수만의 처조카이고, 탁영준 공동대표는 에스엠 매니저에서 출발해 오랜 기간 이수만과 호흡을 맞춰왔다. 이들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건, 두 공동대표가 얼라인 요구에 따르는 조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반면, 이수만은 “회사가 얼라인 요구에 끌려다닌다”며 이견을 보이면서다. 이수만은 에스엠 등기임원이 아니지만, 두 공동대표는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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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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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 내부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기업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에스엠 게시판에는 “시총과 영업이익도 하이브의 절반도 안 되는 3등 회사가 됐는데 어지간한 체질 개선으로는 따라가지 못한다”라거나 “과거 영광에 취해 있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등 김민종의 전자우편에 반박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반면 에스엠 내부 관계자는 “‘에스엠 3.0’엔 가장 중요한 프로듀싱을 누가 할 것인가,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프로듀서는 누구인가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며 “현 경영진은 프로듀서가 아닌 분들로, 이들이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심지어 신인 데뷔를 준비한다고 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에스엠이 만들고 있는 에스엠컬처유니버스(SMCU), 광야, 메타버스 세계관 등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런 콘셉트는 모두 라이크기획이 에스엠한테 위탁받아 진행해온 사업 콘셉트 중 하나였다.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해지로 이수만의 역할이 제한되면서 소속 아티스트의 콘셉트 등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의 지분 확보에 이수만이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서곡이 울렸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에스엠 최대 주주는 이수만으로, 회사 지분의 18.46%를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에스엠 지분 99만여주(4.2%)를 산 컴투스는 이수만 쪽 의결권으로 분류된다.

반면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를 비롯해 에스엠 등기임원 주식은 0.66%에 그친다. 얼라인이 가진 지분도 1%가량으로 파악된다. 카카오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9.05%를 확보할 땐 지분이 높아질 수는 있다. 8.96%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과 나머지를 가진 소액주주의 표심도 주목된다.

에스엠 핵심 관계자는 “이수만 쪽이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 결과가 경영권 분쟁의 1차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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