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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풀빌라 골프, 韓가수 불러 생파…드러난 김성태 '호화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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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태국 도피 생활을 도운 임직원들의 검찰 공소장엔 김 전 회장의 호화 도피 행각이 그대로 적시됐다. 직원들은 김 전 회장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고급 양주 수십병에 한식 식재료까지 국내에서 공수하고, 김 전 회장이 북한에 돈을 건넨 2019년에는 인천공항과 중국 선양공항 등을 ‘당일치기’로 오가며 화장실에서 달러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식 사랑’ 김성태 위해 굴비·전복·양주 공수



중앙일보

지난달 10일 태국 현지 경찰에게 검거된 김성태(오른쪽)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 이들은 검거될 당시에도 태국 현지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다.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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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범인도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쌍방울그룹 임직원 12명의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쌍방울 계열사 광림 부사장인 이모씨는 2022년 7월 초 김치, 고추장, 젓갈, 굴비 등 김 전 회장이 해외도피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식재료를 들고 태국으로 출국했다. 한식 밖에 못 먹는 김 전 회장은 당시 한인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까봐 가지 못하고, 전화도 마음대로 못해 외로워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김 전 회장을 위해 물품을 냉동 스티로폼 4박스에 담아 전달했고, 닷새간 김 전 회장과 함께 머물면서 함께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골프를 쳤다고 한다. 당시 김 전 회장은 태국 파타야에 있는 2층 규모의 풀빌라 리조트에서 지내고 있었다.

이들은 그해 7월 말 김 전 회장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또다시 태국을 찾았다. 직원들은 이때도 쌍방울 비서실이 준비한 들기름, 참기름, 과일, 생선, 전복, 김치, 전기이발기 등 각종 생활용품을 챙겼고, 조니워커, 발렌타인 30년산 등 총 12병의 양주도 포함했다. 직원들은 1인당 스티로폼 2박스씩 총 12박스에 나눠 이를 운반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김 전 회장을 위해 직접 찌개류를 조리해 대접하고, 김 전 회장의 생일 당일에는 숙소 근처 노래방에서 유명 한국 가수를 초대해 생일파티도 개최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초 귀국할 때까지 태국에 머물면서 매일 오후 근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고 한다.



공항 화장실서 ‘헤쳐모여’…외화밀반출 작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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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의 장기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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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김 전 회장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보낸 외화 밀반출 수법도 드러났다. 공항을 찾은 이용객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직원들은 화장실에서 달러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2019년 1월 말 광림 경영지원본부 임원인 이모씨는 쌍방울그룹 부회장인 방모씨의 지시를 받아 중국 선양으로 떠났다. 이모씨는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다른 쌍방울 직원을 만났는데, 이 직원은 “사람들 눈이 있으니까 화장실로 가자”며 이동해 “방 부회장에게 전해달라”는 말과 함께 9만 달러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넸다.

이모씨는 중국 선양 공항 화장실에서 대기 중이던 방 부회장에게 이를 전달했고, 함께 출국한 쌍방울그룹 임직원 11명도 같은 방식으로 방 부회장을 만나 총 64만 달러를 건넨 뒤 같은 날 귀국했다. 그룹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달러를 옮긴 이 시점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이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실장에게 14만5040달러와 180만 위안을 전달한 날짜와 맞물린다.

검찰은 2019년 11월28일과 12월1일에도 쌍방울그룹의 외화 밀반출이 이뤄졌다고 적시했다. 액수를 특정할 수 없지만 그룹 임직원들이 11월과 12월 각각 5만달러 이상, 3만달러 이상을 나눠 들고 출국한 뒤 중국 선양공항 화장실에서 방 부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봤다. 이때 옮긴 달러 액수를 특정할 수 없는 이유는 달러화를 카레 봉투에 밀봉된 상태로 임직원들에게 건넸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허정원ㆍ손성배ㆍ최모란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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