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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곽상도, 아들 퇴직금 50억 뇌물 무죄… 정치자금법만 벌금 8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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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5000만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이 8일 벌금 8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50억원 뇌물 수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불법 정치 자금 혐의는 유죄로 선고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일당’이 정치·법조인들에게 50억원을 주거나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 관련 재판에 넘겨진 첫 인사이며, 곽 전 의원에 대한 이날 선고는 ‘대장동 사건’ 관련 첫 사법부 판단이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사업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아들 곽병채씨의 화천대유 퇴직금·성과급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액 25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15년 하나은행이 김만배씨가 주도한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빠지려고 하자, 곽 전 의원이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만나 “빠지지 마라”고 설득하는 대가로 김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수재)및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곽 전 의원은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당시 전혀 알지 못했고, 만나거나 연락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씨가 2020년 4월 정영학씨에게 “병채(곽 전 의원 아들) 아버지는 돈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는 대목도 나온다. 이 녹취록엔 2020년 10월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곽상도는 고문료로 안 되지” “아들한테 배당하는 식으로 주면 되잖아요”라고 대화를 나눈 부분 등도 있다. 곽 전 의원 측은 “김만배씨가 녹취록을 ‘과장됐다’고 했으며, 원본과 같지 않은 파일이 제출됐다”며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 “50억원..사회통념상 과하지만 알선대가는 아냐”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돈은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성과급 액수 결정 절차 등에 비춰봤을 때 사회통념상 50억원은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판단된다”면서도 “50억원은 알선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2015년 2월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했다거나 대장동 공모신청 기간 중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해 산업은행이 참여하게 될 위기 상황이 존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에게 컨소시엄 유지를 위해 도움 요청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김씨 요청에 따라 하나금융 임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이 알선행위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김만배씨가 남욱, 정영학씨에게 “곽병채를 통해 곽상도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런 대화를 한 사실은 인정되나 김만배씨가 ‘공통비 분쟁’이 발생한 이후 이른바 약속클럽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곽 전 의원에게 줘야 한다는 50억원 명목에 대해서 컨소시엄 와해 위기 문제 해결을 연결지어 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 “아들이 받은 돈, 곽상도가 받은 것으로 볼 수 없어..뇌물 아냐”

뇌물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부동산투기조사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한 활동은 국회의원으로서 직무권한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대장동 개발사업에 있어 성남도개공 임직원들과 민간사업자들 사이의 유착관계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 행위는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곽병채씨가 받은 돈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없어 뇌물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공직자의 가족에게 돈을 준 경우에는 공직자가 해당 가족에 대해 부양의무가 있는 등으로 가족이 돈을 받음으로써 공직자가 지출의무를 면하는 등의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뇌물죄가 성립한다.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50억에 대해 재판부는 “(아들이) 성인으로 결혼을 해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해 온 곽병채씨에 법률상 부양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곽 전 의원이 지출할 비용을 면했다고 보기 어렵다” 고 했다. 아들의 급여 계좌에서 성과급 중 일부라도 곽 전 의원에게 지급됐거나 곽 전 의원을 위해 사용된 내역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돈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다는 관계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 총선 직전 5000만원은 불법 정치자금 인정

곽 전 의원은 총선 직전인 2016년 3월 남욱씨로부터 불법 정치 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에 대해 곽 전 의원은 “남욱씨가 2014년 수원지검 수사를 받을 당시 변호사 신분으로 변론을 도와준 대가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이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당시 국회의원 예비 후보자로서 정치 자금법이 정한 방법에 따른 기부금을 이미 한도까지 기부 받은 상태에서 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현금 수수하고 현금 액수 적지 아니한 점, 이로 인해 정치 자금법 입법 취지를 많이 훼손한 점을 비춰볼 때 죄책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곽 전 의원이 받은 정치 자금 5000만원에 대한 추징도 명령했다. 곽 전 의원에게 정치 자금을 준 남욱씨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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