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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고양시 신청사 이전 시민·정치권 대립으로…소송전으로 장기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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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의회 의원들 “시민 의견수렴· 의회 협의 없는 시청사 이전, 관련 예산 승인 못 한다”

신·구도시 시민 간 갈등 심화…지역 국회의원도 찬성·반대 의견 갈려

고양시는 전담팀 꾸리고 백석 이전 강행 태세

새 시청사 건립을 놓고 경기 고양시에서 찬·반 대립 양상이 확산하고 있다. 시의회 다수 의원들이 반대하며 소송에 나서기로 하는 등 장기화할 전망이어서 지역사회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사 이전 논란은 지난달 4일 이동환 고양시장이 착공을 눈앞에 둔 애초 청사 이전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일산신도시 백석동으로 이전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고양시의회 의원들은 시민 의견 수렴이나 시의회와의 협의가 무시된 일방적 결정으로 향후 이전에 필요한 모든 예산을 승인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시의원들은 이 시장의 독단적 결정을 법으로 심판하겠다며 민·형사적 소송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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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청 덕양존치 추진위원회가 지난 7일 고양시청 인근에서 주최한 집회에서 시민들이 시청사 백석동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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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청 백석동 이전을 찬성하는 시민들이 지난 7일 고양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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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주교동 고양시청 앞. 고양시청 덕양존치 추진위원회의 대규모 이전 반대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13일 궐기대회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이날 집회는 주최 측 추산 3000여 명(경찰 추산 1000여 명)이 참여했다.

주최 측은 기존 원당 지역 신청사 행정절차 백지화는 행정의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구도심 지역의 슬럼화가 더욱 가속화돼 지역 불균형은 심화할 것이라며 원안 추진을 촉구했다.

이날 시청 인근 장소에서는 파랑새연대 회원 등 10여 명도 백석동 이전에 찬성하는 집회를 했다. 이들은 “예산절감을 위해 고양시에 기부채납된 백석동 업무 빌딩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양쪽 집회 참석자 중 일부가 충돌해 경찰에서 조사 중이다. 백석동 지역에는 이전 찬성 현수막이, 구도심 지역에는 반대 현수막이 걸리고 있다.

김미수 고양시의원은 “백석동 이전에 따른 고양시의 행정행위가 진행되면 그 즉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임홍열 고양시의원은 “(기부채납된)백석동 빌딩을 민간에 임대하면 최소 연간 100억에서 200억 원의 수입을 거둘 수 있다”며 “게다가 기존 신청사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수천억 원의 시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데 무슨 백석 이전이 예산 절감인가”라며 고양시의 예산절감 주장을 비판했다.

이 시장은 국민의 힘 소속이다. 고양시의회는 국민의 힘과 민주당 의원이 각각 17명으로 동수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이 시장의 신청사 이전 발표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데다 구도심 지역 국민의 힘 일부 시의원도 반대하고 있어 고양시의 새 결정이 시의회를 통과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시의원은 백석동 이전에 찬성하고 있다.

청사 이전과 관련해 고양시가 지난 3일과 6일 개최하려 했던 시민설명회는 반대 시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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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청 앞에 걸린 시청사 백석동 이전 반대 현수막. 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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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청 백석동 이전 찬성 현수막.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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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국회의원들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은 “사전 소통도 없이 마치 군사작전 하듯 발표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준호 국회의원은 “수년간의 논의와 과정을 거쳐 선정된 계획을 수정함에 시민들과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했고, 민주당 이용우 국회의원도 “고양시청의 백석동 이전은 합리적인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며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소통과 공론화 과정을 촉구했다.

민주당 홍정민 국회의원은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 고양시 청사는 고양군 시절이었던 1983년 건립된 건물로 공간이 부족해 40여 개 부서가 시청 주변 건물을 빌려 사무실로 쓰고 있다. 신청사 계획은 20년 전부터 추진됐고, 2019년 3월 ‘신청사 건립기금 조례’가 제정되면서고 본격화했다.

시의원과 청사 건립 관련 전문가 등 17명으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려 이듬해인 2020년 일부 시유지가 포함된 현 청사 인근 주교동 제1공영주차장 부지 일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5월 착공해 2025년 10월 준공할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고양시 예산 60여억 원이 집행됐다. 신청사 건립기금 1700억 원도 적립했다.

애초 청사 이전 예정지는 현 청사 인근인 덕양구 주교동 일원이었다. 이 시장이 전격 결정한 새 예정지는 요진개발로부터 기부받은 일산신도시 백석동으로 부지 6만6000여㎡에 지하 4층 지상 20층 규모다.

이 시장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요진으로부터 기부채납이 확정된 백석동 빌딩으로 시청사를 옮기면 사업비 2900억 원의 예산 절감과 1700여억 원에 이르는 기금 재원 활용 여력이 확대된다”며 새로운 청사 이전 계획을 밝혔다.

고양시는 시청에 전담팀을 꾸리고 애초 이전 계획 취소와 백석동 이전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3~4월쯤 해당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이르면 하반기에 청사를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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