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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카카오, SM과 콘텐츠 사업 ‘속도’… 네이버-하이브 동맹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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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카카오 로고. /각 사 제공




네이버, 카카오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의 콘텐츠 대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에 오르며 글로벌 한류 열풍을 이끄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본격화할 계획을 밝히면서다. 네이버가 하이브와 손잡고 방탄소년단·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르세라핌의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웹툰·웹소설을 선보이는 것처럼 카카오도 SM과 소속 아티스트 IP를 기반으로 수익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9.05%를 확보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카카오는 이번 투자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가 됐다. 카카오 측은 “인수 대금은 사내유보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투자와 함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와 3자 간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스토리, 뮤직, 미디어 등을 아우르는 기획 및 제작 역량, 플랫폼, 아티스트 등 IP 밸류체인을 보유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구자로서 글로벌 한류 및 K팝 열풍을 선도해왔다”며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정보기술(IT)·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대신 전략적 제휴를 택한 것을 두고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시 아티스트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과 겪을 수 있는 크고 작은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협력 효과는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는 평가다. 업계는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액의 절반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 자금으로 쓴다”고 밝힌 데 대해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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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스파가 싱글 '넥스트 레벨(Next Level)'에 담은 SM컬처유니버스(SMCU) 세계관. 에스파는 이 세계관에서 아바타 'ae(아이)'의 연결을 방해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트린 존재, '블랙맘바(Black Mamba)'를 찾기 위해 '광야(KWANGYA)'로 여정을 떠난다.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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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SM컬처유니버스(SMCU) 세계관을 바탕으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는 웹툰·웹소설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M엔터테인먼트는 K팝 기획사 중 처음으로 디즈니의 마블스튜디오와 비슷한 SMCU를 키워왔다. SMCU에서는 ‘광야(KWANGYA)’라는 활동 공간에서 SM에 속한 그룹들이 각자 쌓아온 서사를 펼치고 교차한다. SM 소속 보이그룹 멤버들과 걸그룹 멤버들이 각각 뭉쳐 슈퍼엠, 갓더비트 등으로 재탄생할 수 있던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가 추후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SMCU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을 통해 음악 사업도 고도화할 방침이다. 우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등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업을 함께 추진한다. 카카오 측은 “음반, 음원의 제작 및 유통 등 음악 사업과 더불어 다양한 협업도 이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양사는 카카오의 인공지능(AI) 기술력을 활용해 버추얼 휴먼 제작 등 미래 사업도 공동으로 준비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21년 10월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 120억원을 투자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는 가상 걸그룹 메이브를 제작한 곳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메이브의 그룹 콘셉트와 캐릭터·세계관 기획, 음원·뮤직비디오의 기획·제작·유통 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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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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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양사가 이런 시너지를 내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가 내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측근으로 알려진 SM C&C 사외이사이자 배우 겸 가수인 김민종은 지난 5일 SM엔터테인먼트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가 발표한 ‘SM 3.0′ 전략을 강하게 비판했다. SM 3.0 전략은 이 전 프로듀서가 앨범 기획 관련 전권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SM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인 이 전 프로듀서도 회사가 카카오에 지분을 매각한 데 대한 법적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 전 프로듀서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고 “SM 이사회가 제3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히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다”라며 “SM의 정관은 긴급한 자금조달 등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신주 또는 전환사채의 제3자 배정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SM은 현재 상당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사회가 결의한 2171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만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프로듀서와 얼라인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은 계속해서 심화될 것”이라며 “이 전 프로듀서가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매각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데 대해 반발하는 상황인 만큼 일각에서는 그가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대표이사 교체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했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다. 주식 취득 예정일이 3월 6일이다”며 “협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음악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방안을 모색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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