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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고데기 학폭’ 현실판 피해자 “가해자, 복지사 자격증 땄다…소름 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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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중학생 시절 고데기를 이용한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박성민(31)씨가 "여전히 미용실에서도 고데기 사용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울먹이고 있다. /채널S '진격의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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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그려진 고데기를 이용한 학교폭력 장면을 실제로 겪었다는 피해자가 등장했다. 그는 “고데기 공포증이 생겨서 지금도 미용실에서 고데기를 해주면 직원들이 가해자처럼 보인다”며 눈물을 흘렸다.

7일 방송된 채널S ‘진격의 언니들’에 출연한 박성민(31)씨는 “친구들이 ‘더글로리’를 보고 제가 당한 것과 똑같다고 말해줬다”며 중학교 2~3학년 때 겪었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을 털어놨다.

박씨는 “그 친구들 입장에선 제가 그냥 싫었던 것 같다”며 “그땐 제가 키도 작고 말랐고 왜소했다”고 회상했다. 가해자 2명은 처음에는 박씨에게 500원, 700원씩 소액의 돈을 빌려 갔다고 한다. 그러다 “네가 불쾌하게 굴었으니까 1만원 줘” “네가 우리랑 같이 등하교 안 했으니까 3만원 줘” 등 점점 돈을 갈취하는 횟수도 늘어가고 금액도 커졌다.

박씨가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갈 무렵부터 폭행이 시작됐다고 했다. 가해자의 집에서 폭행이 이뤄졌는데, 가지 않겠다고 하면 “남동생을 괴롭히겠다”는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고 했다. 당시 박씨와 가해자 모두 부모님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서 집이 비어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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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의 몸에 여전히 남아있는 고데기로 인한 흉터 자국. /채널S '진격의 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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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가해자들이) 분풀이 목적으로 손바닥으로도 때리고, 가열된 판고데기로 5분 정도 지져서 2도 화상이 남았다”고 했다. 여전히 그의 팔에는 흉터가 남아 있었다. 여름에도 반팔 옷은 입지 못한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씨는 “기분 나쁠 땐 뾰족한 포크로 온몸을 보이는 대로 다 찔렀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잘못 맞아 홍채가 찢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졸업을 앞둔 가을에서야 학교 선생님이 박씨의 상처를 발견해 피해 상황이 알려졌다고 한다. 박씨는 “긴 셔츠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고름이 터져 있었다”며 “부모님에게 연락이 갔고,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다”고 했다. 그러나 처벌의 수위는 높지 않았다. 한 명은 40시간 봉사활동, 한 명은 일주일 정학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박씨는 대학교에 가서 그중 한 명의 가해자와 마주쳤다고 했다. 그는 “저는 손이 덜덜 떨리는데 그 친구는 웃으면서 ‘무슨 학과냐’고 물었다”고 했다. 박씨는 가해자들의 근황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인했는데, 자선 단체에 후원하고 간호사 자격증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 것을 봤다고 했다. 박씨는 “그게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소름 끼치기도 한다”며 “너무 화가 나니까 말을 못 하겠더라”고 했다.

박씨는 “네가 당할 만 해서 당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나는 잘못 없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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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글로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로 나오는 어린 시절의 문동은.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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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의 모티브가 된 사건으로 알려진 ‘청주 고데기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들도 가정법원의 보호처분을 받아 전과조차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여중생 3명이 고데기를 이용해 동급생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 학생은 한 달 가까이 가해자들에게 고데기와 옷핀 등으로 폭행당해 팔, 다리, 허벅지, 가슴 부위에 상처를 입었다.

당시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돼 구속까지 됐던 중학교 3학년 A양은 집단으로 흉기를 이용해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은 가정에 돌려보내 관찰하게 하는 수준의 처분을 내렸다. 다른 2명의 가해자 역시 비슷한 수준의 처분을 받았다.

해당 법원 측은 가해자들이 당시 초범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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