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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압수수색영장 판사 사전 심리' 놓고 법원·검찰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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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필요하면 압수수색영장 '대면' 심리"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검찰 "기밀 유출·수사 무력화 우려…정치인 등 영장 막힐 수도"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정성조 기자 = 대법원이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압수수색영장을 내주기 전 판사가 '대면 심문'을 통해 압수수색이 필요한 상황인지를 따질 수 있도록 규칙 개정에 나섰다.

이에 검찰이 반발하면서 사법부와 검찰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규칙(대법원규칙)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지금까지 압수수색영장은 '서면 심리'로 발부 여부가 결정됐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혐의 내용과 추가 수사의 필요성 등을 써내면 판사는 영장 청구서와 수사기록을 읽어본 뒤 영장을 발부할지 기각할지를 판단했다.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사라지기 전에 확보해야 하는 수사기관은 밀행성(비밀성)과 신속성을 강조했고, 문서만 볼 수 있는 판사는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한 대개 영장을 발부해왔다.

이 때문에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은 2021년 91.3%(31만7천496건)를 기록하는 등 판사의 대면 심문이 의무화된 구속영장 발부율(2021년 기준 82.0%·1만8천34건)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대법원은 "대면 심리가 가능하게 되면 압수수색의 실체적 요건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에 대해 그 내용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 있고,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법관에게 수사의 필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할 기회가 주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대법원규칙 개정에 강하게 반대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범죄 수사의 초기 단계에서 압수수색영장 청구 사실과 내용이 공개되고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심문 절차가 진행되면 수사 기밀 유출과 증거 인멸 등 밀행성을 해치게 되고 신속하고 엄정한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70여 년 지속된 압수수색영장과 관련해 생경한 절차를 도입하려면 국민과 관계 기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협의와 숙고를 거쳐야 함에도 아무런 사전 의견 수렴·협의 없이 규칙 개정 절차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전에 어떤 협의나 통지도 없는 상황에서 대법원규칙 개정을 언론을 통해 처음 접하게 돼 유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 내부는 더 격앙된 분위기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국회 입법도 없이 갑자기 대법원규칙으로 입법예고를 한 것"이라며 "압수수색 단계에서 당사자를 불러 사건 내용을 물어본다는 것은 증거 확보 절차와 수사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유력 인사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영장이 선택적으로 기각될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반면 대법원은 "대면 심리 대상은 통상 영장을 신청한 수사기관이나 제보자 등이 될 예정"이라며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만 실시될 것이어서 형사소송규칙이 개정되더라도 압수수색 단계에서의 수사 밀행성 확보에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문제를 제기한 2011년 대법원 결정 이후 최근 수년에 걸쳐 압수수색 절차 개선 방안이 논의돼왔고, 유사한 제도는 이미 미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는 이 밖에도 압수수색을 받는 피의자의 의견진술권 등 참여권을 강화하고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을 공개한 대법원은 의견 수렴을 거쳐 6월 1일부터 새 규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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