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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토큰증권 시대’ 미술품 조각투자 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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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금 유입 시장활력 기대

관련업체, 증권사와 발행 준비중

헤럴드경제

정부가 부동산과 미술품, 음악 저작권료와 같이 실물을 바탕으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을 ‘토큰 증권’으로 제도화하기로 하면서, 최근 4~5년 사이 급격히 성장한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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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의 허용, 미술시장에 득(得) 될까 실(失) 될까.

최근 금융위원회가 ‘토큰 증권(STO·Security Token Offerin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부동산, 미술품, 음원 지적재산권(IP)등 실물 자산을 증권화 한 뒤, 이를 토큰 형태로 발행해 유통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STO가 발행, 유통되면 주식이나 채권 이외 현물을 증권화한 투자가 대거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미술시장 역시 ‘새로운 자금이 들어와 시장 파이가 커질 것’이라며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미술품 조각 투자는 최근 4~5년 사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초창기 알음알음 투자자를 모아 지분투자 식으로 거래하다가 이제는 각 사에서 유통 플랫폼을 런칭하며 그 규모가 커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미술품 분할 소유권(조각 투자) 시장 규모는 총 545억원으로 집계돼, 연간 900억원까지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미술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며 차갑게 식었지만, 미술품 분할 소유권 시장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시장성이 좋은 작품을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미술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투자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풀이된다.

틈새시장에서 고속 성장하던 미술품 조각투자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미술품과 한우의 ‘조각 투자’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제도권에 편입됐다. 이에 따라 조각투자 업체들은 공동 구매와 유통 플랫폼 운영을 잠정 중단하고 증권신고서 제출, 관련 서류의 고객 고지, 예치금의 분리 등 투자고객 보호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는 6개월 내 이같은 투자자 보호 조치를 완료하지 않으면 과징금 및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STO 가이드라인은 조각투자 업체에 하나의 방향성을 마련해줬다는 평가다. 미술품 공동 투자에 대해 투자계약 증권 거래 허용과 함께 STO로 발행하면서 유통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큰 틀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투자계약 증권과 수익 증권에 대한 장외거래 중개업이 신설되면, 업체들은 이곳에 직접 토큰을 등록하거나 은행·증권사와 손잡고 등록할 수 있다.

일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투자한도를 제한하는 한편, 대규모 거래를 위해 한국거래소에 디지털 증권시장 개설도 추진한다. 이렇게 유통과 발행 주체가 분리되면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의 문제라고 지적됐던 ‘조각 가격 산정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발표에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이들은 증권사들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서둘러 STO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옥션블루의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소투(SOTWO)’는 최근 신한투자증권과 함께 조각투자에 대한 투자계약 증권과 STO 등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미술품 공동 구매사인 ‘아트앤가이드’는 같은 이유로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증권, SK증권 등과 MOU를 체결했다. 또 다른 미술품 조각투자사인 ‘테사’는 복수의 증권사와 상품 개발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업체들은 STO 거래 허용을 두고 전반적으로 ‘환영’모드다. 조각투자가 제도권 금융에 편입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아트앤가이드 관계자는 “이전까지 회색지대에 놓여있던 미술품 조각투자가 이제 제대로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제도권으로 들어왔다”며 “투자계약 증권이든 STO든 금융투자 자본이 들어오기 쉬워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 접근성도 개선되면서,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테사 관계자 역시 “지금까지 (조각투자는)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이었다면 이제 제도권 안에서 성장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본다”고 평가하며, “10억 원짜리 그림 위주로 공동구매 했던 투자 방식이 30억 원대 작품까지 확대될 수 있고, 공모청약 금액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투(SOTWO) 관계자도 “미술품을 기초로 한 금융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술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가 현실화 되기까진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STO가 당장 미술 시장의 단비가 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단순히 증권을 디지털화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의 현물을 여러 개로 쪼개 지분을 나누는 조각투자는 기존 전자증권으로는 커버하기 어렵지만, 복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또 STO를 제도 안에 완벽하게 수용하기 위해서는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절차 상의 시간도 필요하다. 금융당국 측 역시 제도 시행 시기에 대해 “이르면 내년 시행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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