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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카카오-이수만 커지는 갈등...SM 경영권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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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9.05% 카카오 2대주주 등극

이수만 “위법행위” 법적분쟁 예고

헤럴드경제

‘아름다운 이별’은 없었다. ‘K-팝 제왕’의 퇴진을 둘러싼 SM엔터테인먼트의 내홍이 카카오의 등판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SM의 미래 사업계획이자 이수만(사진) 전 총괄프로듀서의 퇴진을 알린 ‘SM 3.0’ 시대의 본격적인 출범도 암초를 만났다. SM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이 전 프로듀서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SM의 경영권을 두고 전례 없는 ‘쩐의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SM 2대 주주로 등극=8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SM은 지난 7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 123만주(1119억원)와 전환사채 114만주(1052주)를 발행하는 내용의 안건을 결의했다. 이날 발행된 신주 등은 SM 지분의 9.05% 규모로, 모두 카카오에 배정됐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이 전 프로듀서에 이어 2대 주주에 단숨에 올랐다.

또 SM은 이날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제3자 업무협약을 했다. 3사는 이번 업무협약으로 글로벌 오디션을 통한 K-팝 아티스트 기획과 글로벌 매니지먼트사업 등 글로벌 시장에서 K-컬처의 위상 제고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021년부터 조회 공시 답변 등을 통해 SM의 지분 인수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카카오는 물론 경쟁사인 네이버와 CJ ENM 등도 SM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SM은 결국 카카오의 손을 잡았고, “해피엔딩”이란 자평을 했다.

▶이수만 “대주주 동의 없는 유증은 위법” 반발=자신의 퇴진을 강조한 ‘SM 3.0’ 발표 이후에도 침묵을 지켰던 이수만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는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회사의 지배구조에 영향력을 주려는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 또는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영진의 ‘SM 3.0’ 발표에 대해서도 “최대 주주도 지배구조 개선 의지가 있었는데, 세부 논의 과정에서 얼라인 쪽 입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최대 주주 동의를 받지 않은 부분들이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위법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통해 이사회의 시도를 봉쇄하고, 위법한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사실 이수만은 그동안 카카오가 아닌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해왔다. 얼라인은 지난해 2월부터 SM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주주 행동을 시작했다. 특히 이수만이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SM의 총괄 프로듀서 계약을 맺어 음반기획 전권을 갖고 고액 자문료를 받은 것을 문제 삼았다.

올해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SM과 라이크기획과의 부당거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주주 대표 소송까지 예고했다. 이에 이성수·탁영준 SM 공동 대표가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얼라인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수용했고 그 결과, ‘SM 3.0’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만의 입장에선 안 그래도 얼라인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피로감이 큰 상황에서 카카오까지 등판하며 상황이 복잡해진 셈이다.

▶SM 경영권 두고 ‘쩐의 전쟁’ 본격화하나=카카오의 등판과 침묵을 지켜온 이수만의 반격으로, 다음달 예정된 SM 정기 주주총회는 폭풍우가 휘몰아칠 전망이다. 이미 내홍이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이사회 재구성 안건에 대해 표 대결이 이뤄지거나 주주 제안을 통해 대표이사 교체를 시도할 수도 있다.

현재 이수만의 SM 지분은 18.8%로 최대주주이지만 지난해 3월 주총부터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 등 16개 기관투자자 대다수가 얼라인 측 감사인 선임에 찬성하는 등 이수만의 반대편에 서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카카오가 9% 지분으로 현 경영진의 전략적 파트너로 나서게 되면 이수만의 SM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축소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애초 카카오가 이수만의 지분을 인수할 생각이 있었던 만큼 협상을 통해 추가로 지분 인수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수만의 지분가치는 약 3000억원이다. 카카오는 현재 이수만의 지분 인수에 대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가 수세에 몰려 백기를 들게 된다면 인수 가능성은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증권가에서도 SM 지분에 대한 카카오의 추가 지분 인수 가능성을 점쳤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수만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잃은 상태인 만큼 향후 카카오가 이수만 지분을 추가 인수하거나 혹은 다른 방식으로 지분을 모아 최대주주에 올라설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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