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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서울시의 "기습·무단·불법" 공격에 대화 중단한 '이태원'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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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두고 서울시와 유족 측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유족들의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가 '그간의 협의 내용을 벗어난 기습·무단·불법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유족들은 시의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며 "시와의 대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7일 오전 오신환 정무부시장의 발표를 통해 "(서울시가) 그간 유족들과 분향소에 대한 협의를 충실히 협의"해왔음에도 유족들이 "소통 없이 지난 4일 서울광장에 추모공간을 기습·무단·불법적으로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시 측은 특히 유족들이 서울시와의 소통 과정에서 분향소 설치 장소와 관련해 "녹사평역 인근 공공건물, 특히 용산구청과 녹사평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며 "(이에 대해 시는) 구청은 사정상 이용 불가능하여 녹사평역 내의 이용 가능한 공간을 제안하였고, 유가족측은 검토하겠다는 반응이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가 제시하고 있는 '녹사평역 분향소 설치' 안이 당초부터 협의되고 있던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시는 "그런데 유가족 협의회는 참사 100일 추모제 직전 갑자기 광화문 광장, 세종로공원에 시민분향소 설치를 요청"했으며, 시가 이를 거부하자 유족들이 "기습·무단·불법적으로" 서울광장 분향소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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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정무부시장이 7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이태원 추모공간 관련 입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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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는 오 부시장의 회견 직후 입장문을 내고 "유가족협의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는 서울시의 오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서울시와 더는 직접 소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족들은 녹사평역 분향소 설치안에 대한 시의 설명에 대해 '사실과 다른 호도'라고 비판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애초부터 "공식적으로 세종로 공원 분향소 설치를 요청"했는데, 시가 "이를 단박에 거절하고 녹사평역 지하 4층을 '기습적으로' 제안"했다는 것이다.

유족들 설명에 따르면 유가족협의회는 지난달 30일 행안부지원단 및 서울시 복지정책실 국장을 만나 '세종로공원 분향소 설치'를 제안했으나, 서울시는 그 이튿날 전화로 불허의사를 통보했다. 이후 오 부시장이 이정민 협의회 부대표에게 "녹사평역 지하 4층을 추모, 소통공간으로 마련했으니 와 보라"고 전화로 통보했고, 유족 측은 "부적절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세종로 공원 분향소를 거절한 이상 위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유족들은 '지난해부터 녹사평역 분향소 설치가 협의되고 있었다'던 시의 설명 또한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추모, 소통공간에 대해서는 12월 21일 (시가) 제안한 (참사 현장 인근) 민간건물 3곳 이외에 어떤 제안이나 협의도 없었"으며, 그마저도 "유가족들에게 직접 제안한 것도 아니고, 내용면에서도 유가족으로서는 수용이 불가능한 제안이었다"는 게 유족들의 설명이다.

시와 유족 간의 '소통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오 부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는 유가족과의 소통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라며 △서울시가 무교청사 3층에 유가족 임시 소통공간 마련한 점 △오세훈 서울시장이 행안부 측과 함께 유가족 소통을 위한 공동면담을 요청한 점 △오 시장이 유가족과 국회에서 만난 점 △오 시장이 분향소 조문 당시 유가족 측과 직접 만나 소통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유족들은 소통 공간 마련 등이 "일방적인 면담요청"에 불과했다고 반박했다. 추모공간 위치 등 논의 사항에 대한 "마땅한 제안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지하는 것"을 '협의'라고 부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유족들은 오 시장이 유족들과 '직접 소통'했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지난달 6일 국정조사를 받으러 국회에 방문한 오 시장이 "사전연락도 없이 기자를 대동하고 유가족들에게 들른 것"이라며 "그 자리에서도 추모공간을 제안하거나 논의를 한 바도 없고, 그저 기자를 대동하여 유가족들과 소통하는 듯한 모습을 찍으려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공간이 부득이한 선택지라면서 면담추진만 주장하던 측이 바로 서울시"라며 "녹사평 지하 4층을 (분향소 설치 장소로) 던져주고 받으려면 받고 말려면 말라는 식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협의'라고 한다면 더 이상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앞으로 서울시와 유가족 간의 소통은 유가족협의회가 아닌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와 유족 측 법률대리인이 담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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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유가족이 희생자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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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울시는 오는 15일을 서울광장 분향소에 대한 자진철거 기한으로 잡아놓은 상태다.

앞서 서울시는 '8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2차 계고장을 유족 측에 전달했지만, 7일 기자회견을 통해 "녹사평역에 대한 수용여부와, 불수용시 유가족측이 생각하는 추모공간 대안을 오는 12일까지 제안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해당 발표에 따라 행정대집행 기한 또한 연기된 것"이라며 "12일 오후 1시까지 유족 측의 제안을 기다릴 것이며, (변동사항이 없을 경우) 행정대집행은 일주일 연기된 15일 오후 1시에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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