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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연금 모범국 성공해법 ‘사회갈등 뚫고 개혁’ [뜨거운 감자 연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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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독일·캐나다·프랑스 등 연금 개혁

‘더 내고, 덜 받는’ 기본 논리, 반감 필연적

헤럴드경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금개혁 반대 2차 시위가 열린 프랑스 파리 이탈리 광장에 인파가 몰려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250여개 지역에서 열린 이날 시위에 1차 시위보다 15만명 늘어난 127만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연금수령 시작 나이를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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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독일. 연금개혁에 성공한 두 나라가 가진 공통점이 있다. 연금개혁에 성공한 이후 선거에서 참패했다는 것이다. 최근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도 거센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연금개혁이 필연적으로 사회갈등을 수반한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국민 설득과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대로 가면 산술적으로 청년세대는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현실론을 적극 알려야 하고, 연금 자체의 운용개혁도 수반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특히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독립적 인사제도 등 자체 개혁방안이 필수적이다.

1990년대 캐나다가 그랬다. 세계에서 가장 독립적인 기금 운용 시스템을 만들었고, 당시 개혁을 주도한 폴 마틴 재무장관은 이후 총리에 당선됐다. 연금개혁을 주도한 인물로는 이례적이다.

▶선거 패배 각오하고 결단 내린 고이즈미=2004년 일본 연금개혁의 골자는 ‘더 내고, 덜 받는다’는 것이다. 보험료율을 13.58%에서 18.3%까지 매년 0.4%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리고, 지급액은 평균수입 59.3%에서 2023년까지 50.2%까지 낮추기로 했다. 최저 50%는 국가가 보증한다.

‘거시경제 슬라이드’란 자동조절 장치도 도입했다. 임금·물가상승률, 합계출산율 등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연금 수령액을 자동으로 줄어들게 하는 것이다. ‘100년 안심 플랜’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그해 7월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은 참의원 선거에서 49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기존 38석에서 50석으로 의석을 크게 늘렸다. 선거 바로 전달 국회에서 통과된 후생연금 개혁이 원인이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당시 총리는 여론이 악화에도 개혁을 관철했다.

연금개혁 모범사례로 꼽히는 독일도 비슷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2003년 연금 수령 나이를 65세에서 67세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70%에서 40%로 줄이면서 보험료 부담은 22%까지 올리는 연금개혁을 추진했다. 골자는 일본과 같이 ‘더 내고, 덜 받기’다. 그러곤 2005년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의 기독민주당에 정권을 내줬다. 그러나 독일 경제에는 두고두고 도움이 됐다.

프랑스 정부도 연금개혁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 1월 31일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온 사람을 127만명으로 집계했다. 첫 번째 시위 때보다 15만명 늘어난 수치다.

프랑스 정부는 정년을 기존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2년 늘려 연금 수령 시작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담은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법안에는 연금을 100% 수령하기 위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을 현행 42년에서 2027년까지 43년으로 늘린다는 내용도 담겼다.

▶연금개혁하고도 총리 오른 폴 마틴=연금개혁이 사회갈등을 수반하는 것은 필연이지만, 선거에서 꼭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1995년 당시 폴 마틴 캐나다 재무장관은 캐나다연금(CPP) 개혁에 착수했다. 5.5%였던 보험료율을 9.9%까지 높였다.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고 사회를 설득한 것이다. 그러고도 마틴 장관은 2003년 캐나다 총리가 됐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캐나다연금 투자위원회(CPPIB)’다. 마틴 장관은 연금개혁을 하면서 동시에 운용개혁도 추진했다. 국민이 낸 보험료를 효율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취지다. 수익률이 오르면 비교적 적은 보험료로도 연금제도를 지속할 수 있다.

CPPIB는 투자 전문가로 구성됐다. 정치권이나 관료가 관여할 여지가 없다. 유일한 법적 책무는 ‘위험 대비 수익 극대화’다. 최근 10년 운용수익률은 연 9.58%에 달했다.

반면 2005년 정립된 국민연금 기금운용 체계는 전문가로 구성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 인사 6명, 사용자단체 3명, 노동계 3명, 지역가입자 단체 6명, 관계 전문가 2명 등으로 구성된다. 대표자 중심 체제다. 우리나라 10년 운용수익률 평균은 4.99%에 불과하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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