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우리는 부동산 조각투자'…금융위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에 탄력받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토큰증권(이하 STO)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그동안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관련 사업에 공을 들였던 업체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일명 '조각투자' 업체다. 조각투자는 부동산과 미술품 등 고가의 실물 자산을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투자 기법이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각투자는 무엇? STO는 무엇?

조각투자와 STO는 헷갈리기 쉽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예컨대 개인이 자력으로 구매하기 힘든 100억짜리 부동산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부동산을 쪼개서 몇천원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게 조각투자 기법이다. 만일 조각투자업체에서 부동산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1차 수익증권을 신탁사에서 발행할 때, 이 증권과 1대1로 미러링되는 분산원장 기술이 적용된 토큰을 발행하게 되면 이때 STO가 탄생한다. 이 STO는 해당 플랫폼에서 투자자가 사고팔 수 있다. 물론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하지 않는 조각투자 업체들도 있다. 이들은 실물 자산을 쪼개서 거래시키지만, 발행하는 증권은 STO는 아니다.

이처럼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과 소액을 투자할 수 있다는 성질이 있는 조각투자가 합해져 STO 시장이 쉽게 활성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금융위 가이드라인이 나오기까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증권인 STO는 규제 샌드박스 업체 외 발행과 유통이 불법으로 간주됐다. STO 성격을 정확히 정의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금융위에서 STO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STO발행과 유통 합법화의 초석이 마련된 것이다. 금융위는 최소 내년까지는 관련 법 개정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법 개정이 완료되기 전까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신규 업체 진입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STO 시장이 제도권 안에 포섭된 만큼, 안전한 울타리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기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영위했던 선발주자들의 행보에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펀블, 카사, 소유...'우리는 부동산 조각투자'

STO시장 선점을 위해 증권업계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가 가장 빠르게 손을 내밀 수 있는 STO 업체들은 부동산 자산 기반 플랫폼들이다. 리츠라는 전통 금융 상품을 다뤄본 금융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여서다.

국내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조각투자 시장을 영위하는 업체는 펀블과 카사, 소유 등이 있다. 이들은 온전한 의미에서 '건물주'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큰 부동산 일부에 내 지분이 들어갈 수 있다는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아왔다.

먼저 '펀블'은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조각투자 플랫폼이다. 2021년 말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출시했다. 최소 거래 주문 단위는 5000원, 목표 배당수익률 평균 3~4%, 일반투자자 기준 1인당 연간 2000만원 한도로 거래가 이뤄진다. 리츠와 차이는 자율적 선택이다. 리츠는 여러 개 자산을 묶어 투자하게끔 하는 속성이 있지만, 선호하지 않는 특정 자산은 자체적으로 제외할 수 없다. STO는 특정 자산을 한도내에서 원하는 만큼 다양하게 보유할 수 있다.

펀블은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내 업무시설, 부산 해운대 엘시티 내 1개 호실 등 투자작 접근하기 쉽지 않은 물건을 상장해 거래시킨다. 계좌관리기관으로 SK증권이 참여하고, 전자증권법에 의거해 신탁사가 '다수' 발행한 수익증권을 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하는 방식이다.

똑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카사'는 펀블보다 선발주자다. 현재 대신증권이 STO시장 선점을 위해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과반수 매입을 위해 실사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카사는 부동산을 수익증권 '1개'로 발행한 후 5000원 단위로 나누어 거래한다. 투자자가 소유하게 되는 증권은 수익증권의 일종인 수익청구권이 된다. 카사는 강남과 여의도 등 주요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6건을 공모했다. 카사는 현재 키움증권과 계좌관리기관 업무제휴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카사 역시 올해 상반기 중 수익증권을 예탁결제원에 전자등록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

루센트블록의 '소유'는 이들보다 제일 늦게 관련 시장에 참여한 후발주자다. 소유 역시 펀블처럼 부동산을 5000원 단위로 쪼개 수익증권을 '다수' 발행한다. 펀블과 차이는 투자자가 접근하기 쉽고 방문하기 편한 건물을 상장한다는 점이다. 계좌관리기관은 하나투자증권이다.

업계 관계자는 "STO 가이드라인에 맞는 서비스 구조를 만들어 놓은 회사는 이번 금융위 발표로 인해 사업에 박차를 가할 토대가 마련됐다고 본다"라며 "제도권 내에 들어오게 된 만큼, 각 업체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더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규로 진입하려는 업체들보다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속도면에서 시장 선점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통 금융기관들이 관련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는 STO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