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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지도자라면 감독님처럼"...안현범이 바라본 '달라진' 남기일 감독[오!쎈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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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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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제주, 고성환 기자] 안현범(29, 제주)이 달라진 남기일(49) 감독과 함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7일 오전 10시 제주도 서귀포시 빠레브호텔에서 열린 K리그 동계 전지훈련 5차 미디어 캠프에 참석했다. 오랫동안 제주의 우측면을 지켜오고 있는 프로 9년 차 안현범도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안현범은 작년 9월 어깨 탈구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치고 재활에 매진했다. 그는 "사실 팀 훈련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됐다. 재활을 한 4개월 했다. 그래서 아직 팀 전술도 잘 알지 못한다. 또 감독님도 아직 올해에는 스리백을 쓸지 포백을 쓸지 결정을 못 하신 것 같다"라며 "주장단 합류도 전화로 통보받았다. 나도 아직 적응 중"이라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떨까. 안현범은 "45분 정도 뛸 체력은 된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아직 트라우마가 있다. 넘어지면서 어깨를 짚을 때마다 괜히 불안하다. 시즌 초반에는 아마 길게 뛰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안현범은 측면 수비수지만, 공격 본능으로 유명하다. 그는 프로 데뷔 이래로 꾸준히 골과 도움을 기록하면서 날카로운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현범은 공격력은 그저 옵션 중 하나라며 이제 돋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나는 공격이 강점인 선수인 만큼, 내 능력이 돋보이려면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든 팀 전술에 맞춰서 경기를 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공격적인 능력은 그냥 옵션일 뿐이다. 나 때문에 팀을 바꿀 수는 없다"라며 "욕심은 많지 않다. 제가 날아다닌다고 해서 팀이 이길 수도 없지 않은가. 11명이 다 잘해야 이길 수 있다. 이제는 욕심이 거의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안현범은 "내가 풀백치고는 골을 많이 넣는 편이라서 팬분들 기대가 크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튀는 게 중요하지 않다. 언제나 팀이 잘 돼야 제가 잘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며 "오히려 주연보다 조연이 더 좋다. 솔직히 풀백이 튀어봐야 얼마나 튀겠는가. 뒤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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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자신의 패스를 놓친 동료들을 향해서는 질타를 아끼지 않았다. 안현범은 지난 시즌 데뷔 이후 처음으로 도움을 올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김주공이 다 날려서 도움이 없었다. 몇 개를 줬는데 다 날렸다. 왜 내가 주는 것만 못 넣냐고 뭐라 했다. (주)민규 형도 제 패스만 안 넣더라"라며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다.

공격 포인트와 별개로 자신감은 잃지 않았다. 안현범은 "내가 생각하기에 못한 시즌은 없다. 기복이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수비수인데 골을 많이 넣어서 뭐해, 골을 안 내줘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가 공격 포인트를 못 올리면 경기를 못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서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경기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랬다면 감독님도 30경기 연속 뛰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깨가 빠지는 바람에 더 뛰지 못해서 아쉽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현범은 달라진 마음가짐도 전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 연차가 좀 쌓였다고 으쓱대고 남을 비하하는 모습 보면 꼴불견이더라. 몇 골 넣었다고 우쭐대는 신인들을 보면 '얼마 못 가겠네'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그렇게 된 선수들도 있다. 그래서 항상 겸손하려 노력한다"라며 "와이프한테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 가정이 있다 보니까 말도 조심하게 되고 어른처럼 생각하게 된다. 내 마음은 아직 대학생 같은데 어린이집에서 아버님 소리를 듣기도 했다"라고 웃어 보였다.

안현범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보면서도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년이면 10년 차다. 이 팀에 오래 있었다. 신인 시절과 군인 시절을 제외하고는 계속 제주에 있었다. 제주의 오른쪽은 한 번도 남한테 내주지 않았다는 그런 자부심이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상황은 언제나 바뀔 수 있다. 2부에서 뛰던 조규성도 월드컵에서 골 넣고 스타가 됐고, 군대 동기 시절 그냥 어린애였던 (황)인범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안현범은 "저보다 후배지만, 경기장에서도 간절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굉장히 열심히 한다. 오히려 후배들에게 배울 게 더 많은 것 같다.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재활하면서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노력했다. 월드컵은 '대표팀 선수가 돼서 스타가 돼야지' 이런 생각보다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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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범은 월드컵 해설 위원으로 변신한 동료 구자철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KBS 중계는 봤다. 보다가...그래도 계속 봤다. '그래도 팀 동료인데 봐야지' 하면서 봤다"라며 의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독설을 빼놓지 않았다. 안현범은 "자철이 형은 개그를 너무 많이 한다. 내 스타일은 아니다. 재미가 없다"라며 "멋있는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상한 개그만 하려고 한다. 사람은 정말 좋은데...‘구글거림’이 뭔지 알겠더라"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안현범은 남기일 감독이 정말 달라졌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 감독은 그동안 선수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며 최근에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현범도 "(감독님께서) 진짜 달라진 것 같다. 이전 같으면 화를 내실 부분에서 많이 자제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 노력이 보여서 좋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지도자라면 주축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그들이 잘 따라오게끔 해줘야 한다. 그러면 밑에 있는 선수들은 잘 따라오게 된다"라고 생각을 밝힌 뒤 "확실히 감독님께선 자철이 형처럼 영향력 있는 선수들을 잘 타이르신다"라고 달라진 모습을 증언했다.

이어 그는 "아시다시피 자철이 형은 엄청난 성과를 거둔 선수다. 그런 선수가 열심히 하는데 밑에 있는 선수들이 안 따라올 수가 없다. 나만 하더라도 자철이 형이 열심히 하면 따라하게 된다. 감독님이 그렇게 힘을 잘 실어주는 것 같아서 되게 좋다"라며 "오히려 고참 형들한테는 말을 많이 아끼신다. 대신 정말 어린 선수들한테는 조금만 뭐라고 해도 ‘실수하면 어떠냐. 넌 실수 안 하냐’라고 뭐라 하신다. 뭐라고 해야 할 거는 해야 하는데"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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