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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광주·울산에도 지방의료원 생길까…공공성 배점 높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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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광역시엔 지방의료원 없어

기재부 타당성 재조사 진행중

코로나 뒤 공공병원 특수성 반영


한겨레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이송되는 모습. 광주광역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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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이 반복될 때마다 다른 지역 지방의료원에 병상을 달라고 사정사정했어요. 울산대병원 병상이 동나면 인근 안동의료원이나 마산의료원으로 울산 환자들을 겨우 이송했습니다. 울산광역시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지역 안에서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최근 울산시 시민건강과 이우갑 주무관이 <한겨레>에 털어놓은 현실은, 감염병 재난을 비롯한 지역의 필수의료 대응 여건을 여실히 보여준다. 울산처럼 지방의료원이 없는 광주광역시 사정도 비슷하다. 김서영 광주시 건강정책과 공공의료팀장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급히 민간병원의 병상을 비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지방의료원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지방의료원이란, 지역 주민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이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시도) 가운데 울산·광주·세종·대전(2026년 준공 예정) 4개 지역엔 지방의료원이 한 곳도 없다.

그중 광주와 울산시가 지방의료원을 짓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인 ‘타당성 재조사’ 결과를 1년 넘게 기다리고 있다. 2021년 12월 광주·울산시는 지방의료원 신축을 위한 타당성 재조사를 기획재정부에 신청해 이듬해 2월부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와 두 지자체 설명을 종합하면, 조사 결과는 오는 3~4월께 나올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재부가 감염병 관리나 보건사업 추진 효과 등 공공병원 확충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도 사업 타당성 평가 기준에 반영했는데, 이러한 지침을 처음 적용한 이번 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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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자체가 광주(350병상)·울산 의료원(500병상) 건립에 필요하다고 책정한 총사업비는 각각 2195억원, 2880억원이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 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기재부가 주관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혹은 타당성 재조사를 받아야 한다. 예산 낭비를 막고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하기 위한 장치다.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지난 정부에서 공공병원 확충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길이 열리긴 했으나, 광주·울산 지방의료원의 경우 사업비 일부(설계용역 명목 10억원, 2022년 정부 예산편성)에 이미 국비가 투입돼 국가재정법에 따른 타당성 재조사 대상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조사에서 지방의료원 확충은 ‘비용편익비(사업으로 거둘 미래 편익과 투입 비용을 나눈 비율) 1’을 넘기 어려웠다. 대체로 사업에 쓴 비용에 견줘 경제적 이익이 더 커야 타당성이 인정되는데, 공공성 강화에 방점을 둔 공공병원 확충이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기준이다. 이러한 비판에 따라 지난해 말 개정된 ‘예타 수행 총괄지침’은 공공병원 사업 타당성을 따질 때 △감염병 관리 △초기 집중 재활치료를 통한 재원 일수 감소 △지역사회 보건사업 추진 효과 등도 ‘편익’으로 산출하도록 했다. 지침이 개정되기 전에 이뤄진 타당성 조사 중간점검 회의에선, 광주·울산 의료원 사업은 비용편익비 1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들은 지방의료원 설립 문턱이 낮아지길 기대한다. 지역 간 의료자원 격차 등으로 인해 생명 유지와 직결된 필수의료 공백이 커지고, 치료가 필요한 어르신 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복지부 의뢰로 서울대 산학합력단이 진행한 ‘필수의료 진료권 구분 및 의료현황 분석 연구’를 보면, 2013~2017년 광주와 울산시의 경우 환자 연령·중증도 등을 고려한 예측 사망자 수에 견줘 실제 사망은 각각 17%, 19% 더 발생했다. 이러한 초과 사망이 많을수록 지역 의료 질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예방의학과 전문의)은 “대학병원에만 의존하는 지역 응급의료체계를 보완하고, 고령화에 따라 개원의와 협력해 어르신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데도 지방의료원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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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는 인근 10개 시군에서 유입되는 입원 환자 규모 등을 따졌을 때 현재 769병상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울산대병원(998병상)과 동강병원(569병상) 2곳뿐인 울산시는 2028년 522병상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의료관리·예방의학)도 “공공병원에 500병상은 있어야 중증환자를 치료할 전문의나 간호사를 채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평균 병상은 278병상에 그친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3년 동안 8조원 넘는 재정을 병상 확보를 위해 민간병원에 투입한 점을 고려하면, 공공병원 확충이 되레 경제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코로나19 대응 초기인 2020년 환자 10명 중 7명을 주로 지방의료원에서 봤는데, 손실보상 예산 가운데 지방의료원에 배정된 건 1조5천억원에 그치고, 나머지는 민간의료기관에 투입됐다”며 “공공병원을 많이 지으면 훨씬 경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역 간 의료 격차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호성 rieu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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